5분 57초

89세 어머니의 한 달 통화 시간

by Agnes

내 시어머니는 올해 89세, 1933년생이시다.


결혼 직후 휴대폰을 바꿔드리면서,

이용요금도 내 드리기 위해 명의를 남편 명의로 했다.


그래서 월에 한 번, 고지서가 날아온다.

딱 기본요금만 쓰시기 때문에 고지서를 받아도 확인할 건 없다.

다만 혹시 휴대폰이 고장 나도 모르실까 싶어

발신 통화 시간과 문자 메시지 발송 건수 등은 확인한다.


시어머니의 월평균 발신 통화 시간은 5분. 때로는 6분이다.

수신 통화 시간까지는 확인이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


지난달 통화 시간은 5분 57초.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딸이 다섯, 아들이 둘이다.

각 자식들의 배우자까지 하면 도합 14명이다.

5분의 시간을 어머님은 어떻게 분배하여 전화하실까.

귀가 잘 들리시지 않고, 딱히 할 말도 없기 때문에

어머님께서는 자식 중 한 명의 목소리 톤만 확인하시고 끊기 일수다.


통화의 시작은 '밥 먹었어?'이고 통화의 끝은 '애미가 사랑한다'이다.


전화 요금 아까워 빨리 끊으시려는 건지

목소리의 톤을 확인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빨리 끊으시려는 건지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알았는데,

청력도 관절염처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조곤 조곤 작게 말해도 다 알아들으시고 이것저것 다 물으시는데

어느 날은 또 전혀 듣지를 못 하신다.

한 번은 전화 건 손주 목소리를 절대 못 알아들으시고

"목사님 이시유?"만 열 번쯤 반복하신 날이 있었다.

아마도 그때가 어머님을 찾아뵈었어야 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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