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심으로 사는 어머니

밥심 말고 돈심

by Agnes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사전에 찾아보니, 밥심이란 '밥을 먹고 난 후 생긴 힘'이라 되어 있다. 밥을 먹고 난 후 생긴 힘.

한국인은 밥심이기 때문에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그래서 아침밥을 잘 먹어야 하고, 집밥을 잘 먹어야 하고, 혼밥은 어떻고 엄마 밥이 그립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대신 밥 먹었냐, 언제 밥 한번 먹자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어머니는 돈심으로 사신다.

모든 노인들이 그렇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누구누구의 시어머니가 친정엄마가, 수중에 돈 있는 걸 최고로 든든해한다는 걸. 어딘가 깊숙이 넣어둔 돈을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순간까지도 기억하고 찾아낸다는 걸. 돈으로 보여주는 사랑이 최고라 믿는다는 걸. 그러한 무수한 에피소드들을 얼마나 많이 보고 듣고 읽었는지.




용돈이 떨어졌으니 보내 달라고 연락을 하셨다. 내가 찾아서 들고 갈 수 있는 이번 주 주말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도 하셨다. 돈이 없으니 불안하다고 하셨다. 돈이 없는 지갑을 하루도 견디기 어려운 마음, 나는 잘 안다. 돈이 든 지갑이 세상에서 제일 든든하고, 돈으로 받는 선물이 제일 흡족하다는 걸 이제 나는 잘 안다.


그걸 아는데 15년이 걸렸다.


지갑 깊숙이 넣어 두셨다가, 가족들이 오면 손주 생일 선물로, 사돈댁 과일값으로, 아들 막걸리 값으로, 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할까. 이제 고추도 따지 못하고 메밀전도 부치지 못하는 나이, 이제 막 90세가 된 본인에게서, 본인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단계.


막내며느리가 그 마음 잘 안다고 말해드리고자, 통장의 잔액을 말씀드렸다.

어머니 용돈 넉넉하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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