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그 말이 그렇게 재미있고 멋있어 보인다면서 맥락 없이 아무 때나 불쑥 사용한다. 드라마에서 들은 멋진 말. 책에서 읽은 서정적인 대사. 그런 것들을 내 입으로 소리 내어 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기에, 본연의 뜻을 한 번 설명해 준 후 마음껏 사용토록 둔다.
내 시어머니에게는 어머니만의 '돈의 선(線)'이 있다.
본인이 세워 둔 기준에서 '싸다', '비싸다'를 결정하고 돈의 가치를 매기며, 과소비를 가늠한다.
언젠가 더운 추석날(대부분 추석은 덥다) 켜켜이 전을 부치고 난 후, 남편을 시켜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집으로 사 오게 했다(물론 팬데믹이 오기 전, 그 옛날 일이다)
목마르고 갈증이 났던 게 이유 1번, 일회용 컵에 얼음과 함께 담긴 아이스커피를 (당시 여든다섯의) 노모와 함께 먹어 보고픈 마음이 이유 2번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시럽을 넣은 커피를 맛있게 드시고는(뭐 커피를 바깥에서 돈 주고 사 왔냐는 타박은 당연 들었고), 이거 하나에 얼마냐고 물으셨다.
남편이 웃으며 "엄마 이거 한 개에 5백 원"이라고말하니"그래, 한 오백 원쯤 하지 싶더라. 네 잔이니까 2천 원 줬겠다."라고 받으셨다. 그리고는 더는 타박하지 않고 아주 맛있게 남은 커피를 드셨다. 어머니께 허용되는 커피값은 아마 잔 당 5백 원이었나 보다.
팬데믹이 시작되던 해 여름, 잠깐 코로나가 소강상태였던 그때,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다 같이 펜션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가족은 모이면 가뿐히 20명을 넘는 대가족이기에, 대규모 인원 수용이 가능한 큰 펜션을 얻었다. 화장실만 세 개에 주방과 식탁이 넓고 큰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주 넓고 좋다"며 연신 흡족해하시던 어머니께서 조용히 나를 불러 물으셨다. "애미야, 이거 얼마냐? 한 십만 원 줬냐? 그래, 아주 좋다."라고 하시며 고맙다는 말을 열 번쯤 하셨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금액의 4~5배라고 진실을 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작지만 이러한 일들이 매번 반복되고, 그 갭(어머니가 생각하는 금액과 실제 소비된 금액의 차이)는 점점 커져만 간다. 이쯤 되면 이게 사기가 아닐까 싶게 나날이 금액이 커져만 간다. 어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는 자식들의 마음이 거짓말을 만들어 냈으므로, 그건 하얀 거짓말일까. 선한 의도라면, 그건 괜찮은 걸까. 정작 어머니가 원하던 것은 이게 아닐 텐데. 이건 일종의 기만이 아닌가.
일종의 돈에 대한 지조. 그거 하나 남았고 그것만은 지키고 싶으신 분인데. 그것을 너무나 우리가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닐까. 아닌가,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