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집은 3층이다.
다가구 주택 3층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물론 없고
오르내리는 계단도 실외에 있어서 비바람이 다 들이친다.
지팡이 없이 간신히 걸으시는 어머니께서는
오르내릴 때 꼭 난간 손잡이를 붙잡으셔야 한다.
실제로 어머니가 오르내리시는 걸 보면
난간을 붙잡는다기 보다는 난간에 매달린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듯하다.
어딘가에 다니실 때는 꼭 어깨에 가방을 메신다.
두 손은 난간에 매달릴 때 써야 하니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렇다면
어깨에 멜 수 없는 분량과 성질의 짐은 어떻게 옮기시는 걸까.
그걸 어제 알았다.
코로나 백신을 맞으셔야 해서 딸 집으로 모셔다 드리기 위해 어머니 집에 갔다.
집을 다 정리한 후에
일반 쓰레기를 가지고 나오라고 하시더니 그걸...
1. 빈 박스 안에 넣으신다.
2. 현관 앞 복도에서 박스를 주저 없이 아래로 툭, 던지신다.
3. 난간에 매달려 1층까지 내려가신다.
4. 1층에서 쓰레기가 담긴 박스를 다시 줍는다.
5.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가져다 두신다.
이 무심한 일상이 어찌나 슬프던지.
난 모든 일상이 다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고
하나하나에서 뭔가 메시지가 보인다.
그래서 89세 노인의 무심한 일상이 참 버겁다.
내 어머니 89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