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89세 어머니를 모시고 은행에 다녀왔다.
88세이시며 금융소비자이기도 한 어머니는
글을 읽고 쓰실 줄 모를뿐더러 귀가 어두우시고
더욱이 은행 시스템에 대해서는 문맹, 이른바 금융문맹 이시다.
아직까지 모든 돈은 어머니의 바지 주머니로 들어가고 나오고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읽지는 못 하시지만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통장정리는 잊지 않으신다.
어느 순간 어머니의 금융소비생활을 대행하게 되어
인터넷뱅킹을 신청하게 되었는데 이게 신청부터가 막막했다.
첫 번째, 어머니를 대동해 은행에 가야 한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께서는 쌕쌕 쌕쌕 숨을 몰아쉬시며 간신히 은행까지 갔다.
사실 이게 제일 쉬운 일이었다.
두 번째, 본인이 서명을 해야 한다.
우리 어머니는 글을 모르시기에 본인 이름을 못 쓰신다.
설령 쓰신다 한들, 작은 칸에 맞춰 여러 번 쓰기란 불가하다.
결국, 남편이 어머니 손을 쥐어 잡고 아이 글 가르치듯 그렇게 썼다 한다.
세 번째, 여러 가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은행은 육성으로 동의 내용을 녹음한다.
전화를 바꿔 받은 어머니는 당최 들리지가 않고 들려도 이해하지 못할 말만 반복되니까
"난 몰라유~"를 수십 번 반복하고 은행 상담원은 어쩔 수 없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머니가 왜 은행에 가셔야 하는 건지는 결국 설명 못 했고
그냥 통장이 다 끝나서 더 이상 종이가 없어서 재발급받으러 가야 한다 하니까
쉽게 수긍하셨다.
겨우 겨우 많은 과정을 거친 후에 집에 와서 비로소 인터넷뱅킹 접속을 시도했다.
노화에 대해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 모두는
금융 소비자고 의료 소비자고 버스 승객이며 휴대폰 사용자이고 아파트 입주민일 거다.
아니 세상은 진짜 빨리 변하니까
또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모든 역할들을 누군가 대행한다고 해도
그건 정말 대행하는 것이지
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무엇이 최선일까,
우리 어머니는 곧 90세가 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