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by Agnes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다. 선배 동료 교사인데 나이는 이제 50대 초중반이시다. 선생님이 40대 후반이실 때, 많은 후배 강사들은 선생님을 보며 항상 감탄했다. 선생님께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대하는 자세는 매우 진지했고 동시에 경쾌했다. 한국어를 가르치신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제 눈 감고도 무슨 수업이든지 하실 수 있는 경지일 텐데, 선생님께서는 항상 많은 준비를 하고 새로운 교수법을 기획하셨다. 그리고 항상, 수업을 즐기셨다.


가끔 우리는 생각했다. 우리가 선생님의 나이가 되면, 우리가 선생님의 경력쯤이 되면, 우리도 저렇게 여전히 항상 에너지 넘칠 수 있을까. 아니 사실은, 이미 지금도 선생님만큼의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나는 저 나이와 저 경력이 되었을 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것은 실은 교사로서 나이 듦에 대한 고민이었다. 학생들은 젊은 교사를 좋아한다. 그리고 앞에 서서 여러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얼마 전 중학생인 내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면담이 있었다. 아이에게 듣기로 선생님의 아이가 대학을 갔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선생님의 나이를 대충 가늠하고 있었는데, 너무 동안이시라고. 그런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바로 하시는 말씀. 중학생 아이들은 교사들의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할뿐더러, 본인은 일부러 나이를 말하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아이들은 나이 든 선생님을 싫어한다고. 그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가볍게 이야기하셨다.


는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 학생들이 나에게 "선생님이 엄마 같아요."라고 말할 때 좋으면서도 쓸쓸한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내 아이의 출생 연도와 학생들의 출생 연도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내 나이가 실감이 난다. 그리고 나도 30대일 때 "선생님은 젊어서 좋아요."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고, 처음 한국어 교사를 시작했을 때 학생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친구 같았던 걸 떠올려 보면, 학생들은 확실히 젊은 교사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나 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도 많고 나 보다 나이 적은 선생님도 많다.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나이로 보면 딱 중간 정도인(사실은 중간을 얼마 전에 넘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종종 '교사로서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한다.


왜냐하면 선생님이건 회사원이건 자영업자이건 내가 아는 모든 직업의 사람들은 모두, 신체가 달라지면(그것이 외모이건 체력이건 지적 능력이건) 경쟁력이 어느 만큼은 떨어진다. 좋은 직업-예를 들면 회사에서 나이에 맞게 승진해 승승장구하는 임원이라던가-의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나이에 맞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직업 그리고 나이에 맞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개인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면 동일한 직업에서 젊었을 때와 같은 퍼포먼스를 내려면, 뭔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노력.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


더불어 요즘은 내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생각한다. 더 이상 젊은 선생님이 아니므로, 학생들에게 발랄함과 경쾌함을 줄 수 없고 신박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고 젊은이들의 주제에 함께 공감할 수 없다. 나는 그들의 고민도 듣고 보고 배워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건 배워서 아는 고민이다. 그렇다면 내가 줄 수 있는 건 뭘까. 안정감 또는 고경력 강사가 줄 수 있는 그 무언가.


내가 언어적 감각이 있다, 내지는 내게 그간 몰랐던 위트가 있다, 등등의 자만감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그런 믿음은 빠르게 사라졌다. 모두 나 만큼은 가르치고 모두 나보다 더 재능이 있다. 본인의 수업을 망치고 싶은 교사는 없으므로, 매일의 수업을 완성하고 싶은 완성욕은 모두에게 있다.


아이를 키울 때 매번 깨달았던 사실들과 똑같다. 어떤 부모든 나 만큼은 아이에게 집중하고 나 만큼은 자기 자식을 위한다. 내 생각은 항상 짧지도 길지도 않았다. 딱 남들 하는 만큼, 했다. 나는 이런 상황들에 때때로 안도하고 때때로 조금 김이 샌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나는 한 번도 SNS를 꾸준히 해 본 적이 없다. 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 사진 올리는 재미로 꽤 오랫동안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가끔 책스타그램을 하기는 하는데, 그래서 최근 몇 년간 내 SNS는 책더미 사진과 책더미 옆의 커피 사진이 대부분이다.


그런 내가, SNS를 시작했다. 점점 멀어지는 학생들의 생각이 알고 싶고, 학생들의 일상을 볼수록 그들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 내 학생들에게 내 인스타그램을 공개했다. 선생님 팔로워가 7명이라고 고백하니, 학생들이 정말 깔깔깔 웃으며 그 자리에서 17명을 만들어 주었다. 학생들의 댓글을 보며 학생들이 쓰고 싶은 한국어를 알았고, 그들의 스토리를 보며 그들이 방과 후에 무엇을 하는지 알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 더 잘 알게 됐다.


나는 이렇게 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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