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원어민 선생님
나는 10년 넘게 회사원으로 일했다. 그리고 뒤늦게 다시 공부를 한 늦깎이 한국어 교사다.
동료 교사들 중에 드물게 나와 비슷한 직업 경력을 가진 교사가 한 분 있다. 우리는 가끔 만나면, 우리만 아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회사에서 웃을 일이 뭐가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 그렇잖아요. 즐겁잖아요.” “그럼요, 웃을 일이 뭐가 있어요, 싸울 일이 있지.”
그도 나도 치열한 직종에서 오랫동안 일한 후 한국어 교사가 되어서인지, 이런 이야기를 가끔 나눈다. 한국어 교사 일이 쉽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그냥 이것은, 직장에서의 나의 하루가 즐겁다는 얘기다.
처음 한국어 교실 속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손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입이 근질거리는 것처럼 나는 종종 손이 근질거렸다. 매일의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 헤실헤실 웃음이 났고, 귀갓길에 운전을 하다가 집에서 저녁을 하다가 오늘 만난 교실 속 귀여운 학생들이 떠올라 비실비실 웃었다. 비록 우리만 아는 이야기여서, 동료들과 이야기 나눌 때에만 비로소 마음 놓고 즐거울 수 있는 이야기여서, 일반인이 들었을 때에도 이게 정녕 즐거울까 우려스럽긴 했다. 어디건 동료들끼리만 아는 그런 세계가 있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눈물과 콧물을 찔끔 흘리며 박장대소를 하지만, 그건 우리만이 가능한 웃음 코드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우려를 뒤로 하고 결국 글로 써 버릴 만큼, 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진심으로 즐거웠고 지금도 즐겁고 앞으로도 즐거울 거다.
한국어 교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들리는 이야기들은, 사실은 밝은 이야기는 별로 없다. 나도 수차례 이 직업의 어려움과 설움에 대한 글을 썼다. 직업으로서의 한국어 교사를 이야기하자면, 고경력 강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아직 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시작부터 “뜯어말리고 싶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에 대한 글들은 찾기가 어렵다. 직업으로서의 완성도를 뒤로 한 채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뭔가 조화롭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어 교사의 하루가 궁금해서 내 글을 읽는 이라면, 그렇다면 글을 읽는 분이 그저 즐거웠으면 좋겠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K열풍의 주역은 한국 어니까, 우리의 언어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겠다. 슬픈 일이 기쁜 일 보다 더 많은 세상에,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도 조금은 올라갔으면 좋겠다.
현재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료 교사가 내 글을 읽는다면, 그렇다면 내 글을 읽으며 즐거운 만족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떠한 연대감과 함께 한국어 교사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욕심 같지만 태생적으로 연대하기 어려운 우리가, 마음으로라도 연대를 시작한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든든한 응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 것이라면, 찾고 싶은 희망을 내 글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찾기 어려웠겠지만, 찾는 게 가능할까 두려웠겠지만, 한국어 교사는 분명, 즐거운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