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추가 요금을 내 가며) 넷플릭스를 보고 웨이브를 보고 왓차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은 케이블 채널도 여럿 추가하셔서 더 다양한 트롯 채널을 보신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건 인정해 드려야 하고, 측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머니의 스케줄에서 최애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을 존중해 드려야 한다는 의미다.
젊은 사람들이 백만 원 가까이하는 휴대폰을 생필품이라 생각하는 것과 노인에게 모니터가 크고 화질이 좋은 텔레비전을 사는 것은 같은 이치다. 그러니 코로나 시대에 '취미가 넷플릭스'라 당당히 말하게 된 것처럼, 어머니의 취미는 텔레비전이다.
어머니는 지난 추석부터 쭉 시누이 집에서 사셨다.
근래 들어 집에 가 보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거의 10개월 만에 본인 집으로 돌아가셔서 일주일을 사셨다.
아무도 없고 마당도 없고 마실 나가기도 힘든 빌라 3층에 있는 집이지만, 내 집이 주는 안온함과 만족감을 모르지 않아 모셔다 드렸다.
일주일 만에 다시 모시러 갔을 때 어머니께서는, 날 보자마자, 텔레비전 앞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고 말하시기를
"애미야, 이게 도통 꺼지지를 않는다."
"서울 올라가기 전까지는 잘 됐었는데, 꺼지지를 않아. 한 3일 됐다."
"3일.... (동안이나)요?"
리모컨으로 일단 꺼보니, 잘 꺼진다. 켜 보니, 또 잘 켜진다.
잘 되는 것을 보여 드리고 어머니께 해 보시라 리모컨을 드렸다. 어머니는 왜 니가 하면 되냐면서 본인이 해 보시는데, 자세히 보니 버튼을 너무 꾸우욱 누르신다. 그러니 껐다가 다시 켜지기를 반복하게 된 거다. 그래서 이상하게 텔레비전이 꺼지지를 않고 조금 이따가 다시 켜진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래서 살짝, 빠르게 누르라고 말씀드리니 "오호~"라며 만족스러워하시고 열 번쯤 연습을 하셨다.
그러고 나서 텔레비전 주위를 만져보니 텔레비전이 따뜻하다.
이러고 며칠을 계셨던 걸까. 3일이 맞긴 할까? 그러고 나서 보니 평소보다 작게 설정된 텔레비전 볼륨이 보인다. 아마 본인이 느끼시기에 너무 시끄러운데 끌 수는 없으니, 차선책으로 볼륨을 아주 작게 해 놓으신 것 같다.
아마 1년 전의 어머니셨다면 코드를 뽑아 버리셨을 텐데, 요즈음의 어머니는 조금씩 총기가 사라지고 계시기 때문에 미처 그럴 생각을 못 하신 듯하다.
전자제품은 빠르게 진화하는데 노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는커녕 뒤로 간다. 전자제품이 진화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