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황홀한 순간
이상하게 문화 체험하는 날은 어린이집 엄마 모드가 된다. 담임 반 학생들 전체가 들어오게도 찍어야 하고, 과정별 인증 샷도 찍어야 하고, 무엇보다 각각의 인생 샷도 찍어주고 싶다. 학생들은 무려 유학을 왔고,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특별할지 알기 때문에 예쁘게 잘 찍어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날도 무진장 찍어댔더니, 2시간이 채 되기 전에 80%였던 배터리가 1%가 되어 버렸다. 아직 체험이 많이 남았는데 낭패다. 보조 배터리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뭐, 어쨌든 휴대폰은 꺼져버렸고, 고심하다가 한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빌려 남은 과정을 어찌어찌 찍고, 마지막 단체샷은 다른 선생님들께 부탁해 마무리를 했다.
집에 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 학생들에게 보내주고 있는데, 한 학생에게 여러 장의 사진이 왔다. 카메라를 가져온 학생 중의 한 명이었다. 비싸 보인다, 주로 뭘 찍냐, 아이돌을 찍냐, 경치를 찍냐, 사람을 찍냐, 그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와! 휴대폰으로 찍은 것과는 색감과 분위기가 다른 사진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사진을 넘기다 보니 내 옆모습, 뒷모습들을 찍은 사진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두 번째 와! 사진을 찍는 것은 나의 역할이라고만 생각했기에 누가 날 찍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 특히 '찍습니다'하고 찍은 사진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애정 담긴 손으로 셔터를 눌렀다는 것이, 매우 새롭고 마음 따뜻했다. 사진 속에는 나의 하루가 담겨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궁 곳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는 나, 길 안내를 해야 하기에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나,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 나, 그리고 학생들과 하하호호 즐거운 나(의 뒷모습).
어떻게 이 직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물론, 물론... 그늘이 없는 직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문화가 너무 다른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그래서) 고단하다. 그리고, 모든 직업이 그렇듯 한국어 교사라는 직업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참 좋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내 일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