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장
작가는 보통 거울이나 사진을 보며 자화상을 그린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첫 번째, 작가를 중심으로 상상해 보면 그는 두 경우에 비슷하게 행동할 것이다.
우선 작가는 라캉 (Jacques Lacan: 1901-1081)적인 어린아이처럼 거울 표면을 두드리거나
다정하게 쓰다듬어본다. 사진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어서 거울 속 자신을 향해
연필을 들어 형태를 가늠하고 기울기를 측정하는데, 사진을 향해서도 같은 행동을 한다.
작업을 진행하며 거울 속 얼굴이 '찌푸린 채 조소하는 악마의 얼굴'이라고 니체의 자라투스트라처럼
중얼거린다. 사진을 보고도 비슷하게 중얼거릴 것이다. 자화상 그리기가 다 끝나면 작가는
거울을 망치로 부수는 피스톨레토 (Michelangelo Pistoletto: 1933- )식 퍼포먼스를 한다.
자신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다. 거울을 부수는 대신 사진을 찢어발길 수도 있다.
두 번째, 작업 상황의 구조는 비슷하나 역동성은 다르다.
거울 표면을 경계로, 보이는 자와 보는 자, 보이는 자와 보는 자가 동일한 '나'라고 속삭이는 자,
전체를 종합하며 작업하는 자의 4중 구조가 형성된다. 사진을 보며 그릴 때의 상황도,
찍힌 자와 보는 자, 찍힌 자와 보는 자가 동일한 '나'임을 아는 자, 전체를 종합하며 작업하는 자의
4중 구조다.
거울 안팎의 좌우가 바뀔 뿐 아니라, 형태, 명암, 색채 등이 거울 안에서 계속 변하기 때문에
작업 상황은 매우 동적이다. 여기에 작가의 정서적, 심리적 반응이 어우러져 역동성이 심화된다.
이 심화된 역동성이 캔버스로 옮겨져 힘찬 자화상이 그려진다.
반면에 사진에서는 형태, 명암, 색채 등이 촬영했을 때 그대로 유지된다. 극도로 정적이다.
거울 속에서 일어나는 역동성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과
캔버스 위에 우연히 발생하는 물질적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면 안정되면서도 독특한 자화상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
아래의 첫째 그림은 거울을 보며 그린 자화상이다. 둘째 그림은 사진을 보며 그린 자화상이다.
<Self-Portrait, Oil on Canvas, 60.6 x 50 cm, 2022>
<Self-Portrait, Oil on Canvas, 65.1 x 53 cm,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