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그림 신념 07화

그리움, 멜랑콜리, 그림

7 장

by 채한리 Chae Hanlee

'그리움'은 사랑하는 이의 부재(不在)를 실감했을 때 '여기 남은 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가 영원한 것임을 알았을 때, '여기 남은 자'는 무(無)에 직면한다.

무에 직면한 그의 영혼을 깊은 슬픔이 검게 잠식하는데, 이 깊은 슬픔이 '멜랑콜리'다.

달리 말하면, 그리움을 해결할 길이 영원히 없다는 것을 알 때의 깊은 슬픔이 멜랑콜리다.


한편, '여기 남은 자'는 어느덧 시간의 특별한 흐름 속으로 들어간다. 애도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슬픔을 충분히 그리고 서서히 방출하여 자신의 영혼에 고인 멜랑콜리의

점도(粘度)를 희석시킨다. 그의 고통이 점차 진정되고 마음도 정화된다.


애도가 진행되고, 더 이상 슬픔에 잠겨 있지 않아도 된다는 무언(無言)의 양해가 떠난 자와

남은 자 사이에 이뤄진다. 남은 자의 마음에 고요가 깃든다. 검고 진하던 멜랑콜리도 더욱

옅어져서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연민의 감성, 자비의 감성이 된다.

'남은 자'의 영혼이 치유되는 동시에 승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물론 애도에도 불구하고 '남은 자'의 정신적 고통이 과도한 슬픔으로 인해 치유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남은 자'는 우울증 같은 병적인 멜랑콜리에 빠진다. 병적인 멜랑콜리는 자책, 무기력,

허무감 그리고 권태의 늪으로 그의 영혼을 끌어당겨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애도를 통해 그의 고통이 치유되면 '남은 자'는 무(無)를 삶의 본질로서 관조하게 된다.

무와 화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며 허공에 뿌렸던 그리움을

이제는 캔버스에 '그림'으로 남긴다.


아래 두 그림은 멜랑콜리를 주제로 그린 것이다.

<A Man Seated, Oil on Canvas, 72.7 x 60.6 cm, 2023>


<The Melancholic, Oil on Canvas, 77 x 61 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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