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학원쌤은 노션으로 아이들 시험범위 관리합니다
정말 웃기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난 날로 먹는 경험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 않고 실행되는 행동들은 내 경험상 거의 배움이 없는 일들로 남았기 때문에 경험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싶지도 않달까.
아무튼 아무튼 이 얘기 왜 했냐면 남들이 볼 땐 굳이 싶은 일이긴 하지만 알바할 때 쓰고 싶어서 노션페이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굳이?)
이번 학원은 꽤나 만족스러운 일터다. 원장선생님께서는 과목별 선생님들이 학생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잘 조성해 주시고, 인격적인 존중과 능력이 좋다면 그것에 맞춰 베네핏을 주시는 것도 참 좋다. 아이들끼리 사이도 좋은데 면학분위기도 좋은 편이고.
이렇게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바로 진도관리가… 엉망이다(소곤소곤)
주임선생님 한 분에게 모든 아이들의 진도상황이나 시험 범위 등의 정보들이 몰려있어서 주임선생님이 도와주지 않으시면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어떤 부분을 준비해서 수업을 나가야 할지, 이 아이의 다음 진도는 어느 부분인지 감을 놓치고 만다.
특히 아이들도 그냥 주는 대로 문제를 풀고 암기를 하지만 본인이 전체 범위 중에 어느 정도 분량의 공부를 마쳤는지, 또 본인이 한 파트를 공부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른 채로 그냥 공부를 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 여고 같은 경우는 그 누구도 소화할 수 없는 방대한 범위를 시험범위로 주고 평균 40점을 만들어버리는 시험을 출제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애들이 패닉일 수밖에.. 음음..
나도 애들 잘 챙겨주고 싶고, 이 참에 애들한테 노션도 가르쳐줄 겸 아예 우리 반만 대상으로 학업 관리 템플릿을 만들었다.
공용 팀스페이스는 애들이랑 원장선생님, 주임선생님까지 접속이 가능하고 개별 진도 상황, 시험범위, 수업일지 등을 볼 수 있다.
이제 개인적으로 배포할 개인 페이지는 아이들만 볼 수 있게끔 샘플 페이지를 복제해서 쓰도록 만들어 두었고, 매일매일 스케쥴러와 습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서 각자 꾸밀 수 있게끔 만들었다. 대충 만져보면 금방 익히긴 할 텐데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나 차트 같은 복잡한 기능만 세팅해 뒀다.
일단 지난주에 애들한테 모두 동의는 받았고, 원장선생님께도 알려드렸는데 관리자 입장에서 당연히 너무 좋아하시긴 했다. 꾸준히 못할까 봐 조금 걱정하시는 것 같긴 한데 애초에 꾸준히 못할 거라면 만들지도 않았다. 기능이 많은 것도 아니고, 현재 관리자가 한 달 뒤에 사라지면 어차피 혼돈의 카오스일 거 뻔해서 그냥 지금부터 로그 남겨두는 게 무조건 낫다. 아무튼 관리 소홀의 이슈라면 문제없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다른 문제라면 다른 반애들한테도 쓰고 싶어 하시는 것..ㅋㅋ
이제 나는 내 선의로 애들 챙기려고 만든 건데 다른 선생님들에게 이걸 드리고 싶진 않아서 그냥 이렇게 된 거 본격적으로 학원 원생용 템플릿 만들어서 원장선생님께 정식으로 판매를 제안드릴까 생각 중이다. 크몽에서 파는 학원 관리 템플릿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학원비 관리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기능상 내가 만든 학습 관리 템플릿을 쓰는 게 적합하단 생각이 든다.
일단 지금 만든 템플릿으로 기말고사 기간 한두 달 정도 아이들 관리해 보고, 시험 결과 바탕으로 피드백 수합해서 정리하고 한 달 정도 뒤에 말씀드려봐야겠다.
물론 그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유용하게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 참에 생산성 툴을 활용해서 공부하는 법도 익혀보고, 공부 분량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체크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효율적인 공부도 중요하니까!
* 참고로 이거 링크 하루 뒤에 만료됨. 참고할 거면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