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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카페를 마무리했다.

어쩌면 이게 지니엄의 시초였을지도.

by 쿠요

호기롭게 집 현관문을 활짝 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누가 지나갈까 바라보았다. 혹시 들어오지 않아도, 지나가면서 이게 뭐지 하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지는 않을까,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느낌처럼 부끄러우면서도 두근거림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한 사람이라도 들어온다면...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까 긴장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한 시간, 두 시간.


7시부터 열어두었던 현관문이 무색하리만치 정말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집에서 나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빌라 안은 조용했다. 마치 지금 이곳에 우리만 있는 것처럼.


"10시까지 열어놔 보자."


그렇게 10시까지 정말 발자국 소리 하나 나지 않던 빌라였다.


"오늘.. 사람들이 다 없나 봐. 날을 잘못 잡았나 봐."


아무도 오지 않는 카페를 시작했던 건 아마 이때부터였던 걸까. 두근거림과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애써 우리는 서로 괜찮다고 다독였지만, 풀이 죽었던 것도 사실이다.


"괜찮아. 우리 둘이 잘 보낼 수 있었으면 되었지 뭐."

그가 말했다.


활짝 열려있던 현관문을 닫고 그는 준비해 온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그렇게 우리 둘이 조촐하게 티파티를 벌이고 있던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는 집주인 분들과 마주쳤다.


"아니.. 우리도 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돼서 못 갔네. 미안해요."

상냥하게 말씀해 주시는 주인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우리는 남아있던 타르트들을 나눠드렸다.


"괜찮아요. 오늘 정말 빌라에 사람들이 없더라고요. 집에 가져가서 드세요!"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문 앞에 쪽지를 하나 발견했다.


- 어제 근무가 늦게 끝나서 못 갔네요. 과자 잘 먹고 있습니다.


그 쪽지에 남편과 나는 싱글벙글이 되어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서로를 안아주었다.



카페를 창업하게 될 거라고 그때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우리가 좋아하는 이 일들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게 좋았다. 우리 지인들하고만 나누는 게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이웃과도 함께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게 좋았다.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고,

어른이 될수록 서로 이익관계만 따지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사이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좋은 가치를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 주변만이라도 그렇게 바꾸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커피를 통해서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베이킹이라는 좋은 취미를 가진 것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


'이래서 사람들이 취미를 갖는구나.'


베이킹을 내 일로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주변으로부터 계속 들었던 말이 나에게도 각인되어 있던 건지, "좋아하는 취미를 일로 해버리면 취미를 잃게 된다."는 생각에 난 이렇게 생긴 취미를 더 잘하고 싶었을 뿐, 내 업으로 가져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베이킹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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