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족이 중환자실로 갔을 때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이제 다시 이사 준비다.
D 병원으로 가기 전 안과와 이비인후과에 가서 소견서도 받아야 했고, 입퇴원 수속도 밟아야 했다. 아빠가 수두 의심 환자로 입원했지만 검사 결과 수두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격리실 비용은 6배가 비쌌다. 어쩔 수 없었으니 군말 없이 결제를 했다.
정신없이 퇴원 준비를 하는 사이 구급대원이 격리실에 도착했다. 함께 가지고 온 간의 침대에 아빠를 뉘었다. 그 사이 발바닥에 생긴 물집이 터져 발에 붕대를 칭칭 감은 아빠는 일어나서 침대로 걸어가는 그 걸음조차 힘겨워했다. 덜컹덜컹 아빠를 태운 침대가 병실을 빠져나가자 나도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뒤따라갔다.
처음 타 보는 사설 구급차 안에서 아빠는 퉁퉁 불은 손을 허우적거리며 내 손을 찾았다. 손이 아파 세게 쥐지도 못하면서 아빠는 내가 사라지기라도 할까 한참을 잡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D병원에 도착했다. D병원 응급실로 아빠가 들어가고 나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았다.
파란 가운을 입은 남자 선생님이 급하게 응급실로 뛰어들어갔다. 응급실 환자 목록에 띄워져 있는 이름은 아빠뿐이었으니 그분은 아빠를 보러 달려가시는 것 이었으리라.
그렇게 오랫동안 아빠의 이름 석자가 화면에서 사라질 줄을 몰랐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응급실 문이 열리고 온몸이 붕대로 감긴 채 누워있는 아빠를 처음 본 순간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빠를 데리고 나온 간호사님이 아빠가 중환자실로 갈 거라는 말을 해주었다. 아빠의 상태가 가볍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중환자실에 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아빠는 침대에 누워 점점 멀어지는 나를 보며 “엄마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해. 알았지? 꼭 전화해.”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빠가 환자용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고 난 뒤 다른 간호사님이 나에게 S병원에서 받은 서류를 돌려주시며 중환자실로 가라는 안내를 해주셨다. 보호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중환자실 앞에서 나는 나를 불러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김자헌 환자 보호자분?”
드디어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보호자분 이쪽으로 오실까요?”
간호사님은 컴퓨터와 의자가 놓여있는 작은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먼저 의자에 앉은 간호사님이 두들기는 키보드 소리가 작디작은 방 안을 울렸다. 잠시 뒤 간호사님은 아빠의 생년월일, 혈액형등 간단한 인적사항이 적혀있는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려주셨다.
“여기 화면 보이시죠? 보시고 아버님이 해당된다면 말씀해 주세요. 당뇨가 있으신가요? 기저질환은? 드시던 약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밀려들어오는 질문의 홍수 속에서 나는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거짓이 절반인 인터넷 세상 속처럼 난 내가 알고 있는 것들 중에서 진짜를 고르고 골라 말을 해야 했다. 아빠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오만이었는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네 좋습니다. 또 다른 정보가 필요하면 그때 여쭤볼게요. 아버님 뵙고 가시겠어요?”
숨 막히는 거짓과 진실의 게임 속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엄마에게 꼭 다시 물어보리라 다짐하며 면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간호사님은 면회를 해야 할 때 지켜야 할 수칙에 대해 알려주시며 일회용 가운과 장갑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중환자실 환자는 감염에 매우 취약해 면회를 할 경우 일회용 가운과 장갑, 마스크를 반드시 껴야 했다.)
처음 들어가 보는 중환자실은 고요함과 부산스러움이 공존하는 미묘한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밤에도 대낮처럼 환한 공간 속, 사람의 말소리보다는 일정한 높낮이의 기계음 혹은 바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의 발소리만이 내 귀를 울렸다. 혹시 모두가 주무시나 하고 보면 깜빡깜빡 눈을 뜨고 있는 환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이를 가르고 중환자실 간호사님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간호사님이 알려준 방향으로 가보니 아빠가 있었다. 눈코입을 제외한 모든 곳에 붕대를 감고 앉아있는 아빠는 불과 몇 시간 전에 보았던 아빠와 너무 달랐다.
“아빠.”
속삭이듯이 아빠를 불렀다.
아빠가 힘겹게 눈을 뜨며 나를 보았다.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것이 내가 중환자실에 들어와 놀란 모양이었다.
아빠가 다 벗겨져 피가 흐르는 입술로 어떻게 왔냐며 띄엄띄엄 물었다.
“아빠 보고 갈 수 있다고 해서 잠깐 보러 왔어. 이제 가야지. 밥 잘 먹고 약 잘 먹고 내일은 엄마랑 같이 올게, 알았지? 힘내고 씩씩하게 있어.”
사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데 대충 저런 말을 했을 거다. 아마도.
아빠는 꼭 엄마를 불러서 집에 가라는 이야기와 집에 가면 잠을 푹 자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디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중환자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얼핏 뒤를 돌아본 내 눈에 붕대를 감은 손을 흔들고 있는 아빠가 보였다.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반대가 되어 버린 듯
그 낯선 곳에 아빠를 두고 간다는 게 마음이 쓰여 중환자실 문을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