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오직 둘만이 공유하는 마음
밤의 병원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밤의 병원은 조용하다.
고요하고 조용하고 또 고요하고 조용하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를 걷다 보면 들리는 소리는 오직 내 발걸음 소리뿐이다.
내가 묵직하게 밟고 가볍게 떨어지는 발소리를 가졌다는 걸 밤의 병원을 방문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빠가 중환자실에 입원 한 그 날밤도 그랬다.
내 발걸음 소리 이외에는 어떠한 소리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 안에서 나는 뜻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눈앞에 보이는 화장실에 들어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도 내 전화를 기다렸는지 전화를 받자마자 아빠의 상태를 물었다.
“엄마. 아빠가 중환자실에 갔어.”
내 말 한마디에 핸드폰 너머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가 무너졌다. 지금까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울음인지 말인지 분간이 안 되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최대한 침착하게 우리에게 닥쳐온 현실을 설명했다. 나까지 울면 정말 답이 없으니까 최대한 침착하게. 한동안 묵묵히 엄마의 슬픔을 소리로 받아내었다.
엄마의 숨소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을 때쯤 엄마에게 데리러 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옛 보부상들이 길거리를 거닐면 받는 눈길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두 손과 발이 홀가분한 사람들 속 제 몸집만 한 짐을 이고 길을 걷는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에는 많은 생각과 감정이 보였다. 내가 해석하기로는 대부분이 ‘어머 뭔 짐이 저렇게 많대’ 지만 말이다.
뜨거운 관심 속에 엄마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짐을 내팽개쳤다.
그리고 그 위에 나도 내팽개쳤다.
문뜩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인터넷 명언이 생각났다.
그 말의 의미가 남 시선 의식하지 말고 아무 때나 바닥에 누워버리라는 말은 아니었을 텐데, 뭐 실천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이불속에 머리도 박아 넣었다.
가능하면 소리도 지르고 싶은데 그건 좀 어렵겠지.
슬슬 이불속 공기가 답답해질 때쯤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엄마였다.
휙 머리를 들고 산뜻한 공기를 마시며 근처에 왔다는 엄마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낯익은 차가 보였다.
“고운아!”
창문이 내려지며 보이는 엄마의 얼굴에서 많은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지금 장면에 BGM이 깔린다면 '초코파이 - 정' 노래가 가장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엄마도 나의 얼굴을 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겠지.
그렇게 두 모녀는 길가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