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 내가 이제 우리집 가장이다!
집안에 누군가 아프면 온 가족이 달려들어야 한다는 말을 아는가.
나는 그 말 뜻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이해했다.
저녁에 엄마가 나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아빠의 병원비 청구서였다.
”중환자실이라 그런지 엄청 비싸네... “
엄마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이틀에 200이 훌쩍 넘는 금액.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비급여 처리되는 약물이 많이 다른 사람들보다 비용이 높게 처리된다고 했다.
청구서를 본 우리는 수중에 있는 돈이며 통장을 싹싹 긁어모아 끌어모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를 계산했다. 비상금을 털고 저축을 깼다. 말 그대로 영혼까지 끌어모았다.
그래도 턱없이 부족했다.
"아빠 통장에도 돈이 있지 않을까...?"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빠의 통장을 열어보았다.
여기저기 아빠 흔적들이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우리와 여행을 가기 위해 모아놓은 돈
엄마와 함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모아놓은 비상금
집세를 내기 위해 적지만 다달이 갚아가던 마이너스 통장
우리를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또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 단번에 느껴지는 통장들이었다.
아빠를 위해 손을 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미안해질 정도로.
그렇지만 과거는 과거다. 우리는 지금 이 현실을 살아야 했다.
엄마와 둘이 바닥에 종이를 깔아놓고 집안 재정 상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틀에 몇백만 원씩 나오는 병원비를 감당하려면 우리의 한계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우리 이제 긴축재정해야 해. 자. 지금 이 시간부로 긴축재정 들어간다. “
콩쥐 팥쥐에 나오는 깨진 항아리처럼 뻥 뚫린 통장 잔고들을 보며 엄마와 나는 농담처럼 외쳤다.
다른 점이 있다면 콩쥐에게는 두꺼비가 있지만 우리에겐 깨진 항아리만 수백 개가 있다는 정도?
주말 아르바이트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다음 주부터 복귀하겠다 말씀을 드렸다.
”고운 씨. 괜찮겠어? “
괜찮지 않아도 어쩌겠나, 돈을 벌어야 아빠가 사는데
이제 내 머릿속에서는 오로지 돈 생각뿐이었다.
돈이 아빠를 살린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 | 질환백과 | 의료정보 | 건강정보 | 서울아산병원
오라클피부과 피부질환 - 독성표피괴사용해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