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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May 23. 2022

반갑지 않았던 부부동반 모임



예상대로 코로나19 인원 제한이 풀리면서 3년 만에 부부동반 모임이 잡혔다고 남편이 알린다.


나는 이 모임 참석이 썩 반갑지가 않았다.


친목 회원끼리 하던  모임을 1년에 한 번은 부부동반으로 해서 아내들도 같이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어떻겠냐는 회장의 건의로  시작된  부부동반 모임이었다. 


나는 낯가림이 심한 데다 말주변도 없어서 어색한 그 분위기가 싫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들은 우리 부부가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을 때 당일치기로 가까운 해변으로 놀러를 갔었단다. 그래서 그들만의 즐거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터였다. 이미 언니 동생이란 호칭이 자연스럽게 오고 갔고 아이들 근황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었다.


난 끼어 들어서 대화할 적당한 타이밍도 소재도 찾지 못했었다. 생각만 해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모임이다.
누가 누구랑 부부인지 작대기도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분명 따분하게 앉아 있을 나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에 '안 가면 안돼? '조심스레 물어봤지만 전부다 참석하는데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혼자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저녁시간 1시간만 꾹 참고 오자 하고 큰 아량을 베풀듯이 말하고 모임에 가기로 했다.




장소는 전에 갔었던 횟집이란다. 회원 중에 한 분이 하는 식당이어서 장소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먼저 도착한 분들께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다. 12명의 모든 참석인원이 자리에 앉았을 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횟집의 장점은 새로운 음식이 계속 조금씩 들어온다는 것이다. 대화가 끊어질 것 같으면 새로운 음식이 나와서 그 음식을 다 먹어 갈 때 즈음  눈치껏 그릇이 치워지고 다시 새로운 음식이 나오고.


나의 1년도 이렇게 정해진 순서대로 눈치껏 지났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았을까 싶다.


그래도 (다행히) 에 만났다고 나도 덜 어색해서 대화에 참여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렇게 반 즘 식사가  끝나갈 무렵 염색 시기를 놓쳤는지 장독대 뚜껑에 눈이 쌓인 듯 머리 위 반 만  흰 회장이 일어나서 전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약간 숙연해진 표정으로.


"올해 00 회원 부부는 작년에 부인의 갑작스러운 병환(암)으로 참석하지 못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회원분들, 아내분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00 회원 아내분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회장의 얘기를 듣고 보니 아담한 체형의 사이가 다정 다정해 보였던 부부가 보이지 않았다. 성격도 꽤 쾌활했던 기억이었는데 코로나로 못 보던 사이에 이제 무슨 일인지……


1년 12달 365일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참 갑자기 일어나는 사건들이 많다. 아니 어쩜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너무 서서히 일어나는 일이어서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너무 천천히 일어나는 일이라 모르고 지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그 조그맣게 쌓여 있는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란 말로 두렵게 다가오는 일!


잘못된 습관도 돌아보게 하고 무심했던 사람과의 관계도 생각하게 한다.
다행히 항암치료는 잘 되고 있고 내년 모임에는 참석이 가능하다는 말도 전해주었다.


오길 잘한 거 같다.
낯가림이야 자주 보면 없어질 것이고 말주변 없는 것이야 들어주는 이가 있으면 더 좋은 것이니 내년에는 내가 먼저 남편에게  모임 날은 언제야? 하고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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