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 시절, 기억 둘
하나.
연립주택 반지하 창가
개나리 샛노랗게 줄 섰다
남녀 소리
봄하늘로 솟아오른다
“자꾸 까불래?
겁도 없이?”
으르렁대는 남자
여자, 정성껏 화답한다
“어디, 때릴 테면 때려봐.
안 때리면 더 좋고.”
둘.
봉천 사거리쯤이었을 거다
영성 극장이었을 거다
동시상영관은
고시생의 영리한 피서지였다
영화 제목 기억 안 난다
영화엔 관심이 없었다
다닥다닥 붙은
러브버그들을 피해
눕듯 앉았다
설핏 잠들 무렵
허벅지에 스치듯 닿는 손길
어둑해도 알겠다
남자다
나도 남자였는데
손길을 뿌리치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
나오다 보았다
들어갈 땐 못 본
남자들, 쌍쌍
입구
화장 짙은 여자 하나
팔짱 끼며 말을 건다
“하고 싶어?”
"하고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