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린이가 알려주는 미국 집 구매과정과 부가적인 비용
이전 글 <미국 부동산 오퍼(offer) 처음 넣으면서 한 실수들> 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과 미국의 집 구매과정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르다. 대략적인 절차는 아래와 같다.
1. 사전 융자승인(Pre-approval) 받기 & 부동산 중개인(realtor/ agent) 선정하기
2. 이전에 부동산 앱에 저장해 둔 집 후보지들을 중개인(realtor)과 함께 방문하기
3. 부동산 중개인(== buyer's agent)을 통해 오퍼 넣기
4. 오퍼가 수락되면 1차 계약금(earnest money)을 3일 안에 넣어야 되고 약 일주일간의 변호사 리뷰 기간(Attorney review period)이 주어진다
6. 홈 인스펙션 (home inspection)을 통한 집 점검하기
7. Apprisal period : 은행에서 집 감정가를 측정
8. 클로징(Closing): 잔금처리와 서류를 다 체크하는 모든 과정의 마무리 단계
*4번 오퍼에 따라 기간이 상이하다
실제 집 구매과정은 위의 내용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 만약 집주인이 내가 넣은 오퍼가 마음에 안 든다면 counter offer를 넣을 수도 있고, 모든 과정이 착착 진행되는 것 같아도 은행에서 대출 승인이 안 되면 마지막에 좌절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조마조마하고 압박감에 시달렸던 순간의 감정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내가 모든 부동산 구매 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과오가 크다.
처음 임장을 갔을 땐 집을 정말 사려는 생각이 없었다. 오퍼를 넣을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넣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눈독 들이는 후보지라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에 ‘설마 내 오퍼가 수락되겠어?’라고 방심했다.
우리 쪽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congratulation!”이라는 단어와 함께 오퍼가 수락됐다는 문자를 받게 되었다. 심지어 금요일 오후에 셀러(seller) 쪽 중개인에게서 오퍼가 수락 됐다는 문자 답장이 온 것을 우리 쪽 중개인 분이 늦게 확인해 토요일 오전에 알려준 것이었다. 즉, 우리는 하루를 버린 셈이 되었다.
'이게 무슨 엔드게임도 아니고 이렇게 빡빡하게 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 과정에서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셀러가 오퍼 수락한 날을 기준으로 변호사 리뷰 기간(attorney review period)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는 오퍼 때 넣지 못한 추가 조항들을 넣을 수 있는 시기여서 변호사와의 검토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앞으로의 절차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늦게 통보받아 1차 계약금(earnest money)을 3일 안에 내지 못한다거나 home inspection을 못하게 된다면 그건 나의 책임이 된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병원 방문, 서비스 업체 이용 등 모든 것을 적어도 일주일 내에는 알아보고 예약해야 한다. 당일 방문, 당일 서비스가 어려운 곳이 바로 미국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제 때 구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결국 오퍼가 수락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주말에 변호사(attorney)랑 홈 인스펙션(home instpection) 업체를 헐레벌떡 다 구하게 되었다. 또한 오퍼 수락 후 3일 이내에 1차 계약금(earnest money)을 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바로 냈다. 셀러쪽으로부터 1차 계약금을 받았다는 소식과 집 점검을 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은 후, 집 점검(home inspection)은 다음날인 화요일로 바로 예약했다.
집 점검(Home inspection) 업체도 일을 잘 못하면 집 점검 보고서(Home inspection report)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우리는 하루 뒤 바로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 보고서는 다시 변호사에게 보내서 변호사와 함께 검토하며 계약서에 여러 추가 조항들을 부가적으로 넣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목요일 아침, 변호사가 셀러 쪽에 최종 계약서를 보냈다. 이 과정 이후부터는 셀러와 조건(contingency)조율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우리는 딱 한 번 거치고 합의를 보게 됐다.
특히나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리니 어떻게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구글링을 하고 미국 부동산 책을 속성으로 읽으며 그때 그때 필요한 내용들을 겨우겨우 공부했다. 한국어로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서 용어들을 영어로 읽으니 어려움이 이중으로 더해졌다. 이 때만큼 내가 바보같다고 느껴진 적이 있을까?
나의 어리석음과는 별개로 또 하나 느낀 점이 있다면, 변호사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 보통 $600(1300원 환율 적용 시 약 78만 원) 정도 한다는데 나는 $750(약 98만 원)을 지불했다. 또한 집 점검(home inspection)업체도 $275(약 36만 원) 지불했다. 물론 이 모든 비용은 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변호사 없이, 집 점검(home inspection) 없이 집을 살 수 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다운페이(down payment) 할 수 있는 돈만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상치도 못한 부가 비용이 많이 들었다. 아, 물론 이 이후에 은행 대출을 위해 나온 클로징 비용(closing cost)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현장에서 배운다는 건 이럴 때를 두고 말하는 걸까? 덕분에 집을 사지 않았으면 정확히 몰랐을 많은 것들을 한 달 동안 생생히 배우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