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가 잡 오퍼(Job offer)인 줄 알았지 뭐예요
이전 글에서 미국 부동산 중개인이 pre-approval letter(사전 융자승인 신청서)를 받았느냐는 질문을 했다고 언급했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 참조:
https://brunch.co.kr/@44018ad8f3aa467/4
약 2년 전부터, 구글링을 통해 여러 블로그에 적혀있는 포스팅들을 읽으며 대충 어떤 절차로 미국 부동산 구매가 이루어지는지 익혀뒀다. 그러나 사전융자승인 신청서를 집을 사려고 마음먹기 전에 받아야 되는 건 줄은 알지 못했다.
사전 융자 승인 신청은 당장 집을 살 마음이 없어도 미리 받아놓는 게 좋다
알고 보니 집을 알아볼 때 에이전트/리얼터와 연락하기 전, 미리 pre-approval letter을 은행으로부터 받아놓는 게 좋다고 한다. 집을 보여주는 사람 입장에선, '이 사람 진지하게 집을 알아보고 있구나'라는 정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으니 계약이 좀 수월하겠다'라는 신뢰성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을 본 그날 바로, 평소 자주 쓰는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사전 융자승인 신청서를 냈다. 알고 보니 미국 사전융자승인신청도 조건이 꽤나 까다롭다.
- 같은 직종/직업을 최소 2년 근무해야 함
- 신용 점수가 좋아야 된다
(기준: 대체적으로 적어도 620 이상)
- 최근에 파산 경험이 없어야 함
즉, 사회 초년생이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적어도 2년 동안 일을 계속 꾸준히 다니면서 자신의 신용 등급을 높여야 한다. 다행히 집을 알아보던 그 당시, 현재 회사에서 일을 한 지 2년 반이 되었고 신용 카드를 통한 신용 점수를 잘 유지하고 있었기에 사전 융자 승인을 신청한 날 바로 받을 수 있었다.
(토요일에 신청을 했는데 은행 융자 담당인이 그날 바로 전화를 해, 융자승인 받기 전 더 자세한 사항들을 질문했다. 미국 융자 담당인들은 토요일에도 일한다는 걸 알게 됐다)
사전 융자 승인을 받았다고 부동산 중개인 분에게 문자를 보내니, "Congratulation!"이라는 문자와 함께 오퍼를 넣을 차례라고 알려줬다.
처음엔 오퍼가 구직할 때의 합격 메일과 같은 offer letter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집 매매 계약서를 이 집을 사고 싶다는 나의 서명이 된 '주택 매매 계약서'와 나의 재정 능력을 보여주는 서명, 사전 융자 승인서(pre-approval letter) 등을 함께 제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부동산 중개인 분이 나에게 오퍼에 넣고 싶은 조건등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기본적인 조건(contingency)으로 어떤 것이 들어가냐고 물어보니 아래와 같은 답변을 주셨다:
즉,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해 자신이 먼저 알려줄 테니 그것에 대한 답변과 offer내용을 훑어보면서 필요한 조건들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
이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인 분이 "이미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집을 보러 오고 있다"라는 말과 함께 이러다가 "이 집을 놓칠 수도 있다"라는 압박을 계속 줬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자기가 20년 넘는 부동산 중개인 경력 동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한참 이것저것 꼼꼼히 알아본다고 뜸 들이다 다른 사람한테 오퍼 넣을 기회까지 뺏기는 경우를 자주 봤다는 사례까지 친절히 얘기해 주셨다. 그러다 보니 원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보려 한 것이, 점점 집을 "진짜" 사야 된다는 진지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
난생처음, 그것도 해외에서, 일상생활 용어도 아닌 영어로 된 부동산 용어를 읽어나가며 집을 알아보다 보니 그 과정 속에 다음과 같은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과 같은 실수들을 했다.
클로징 데이트(closing date)가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는 착각
내가 알아봤던 집은 이미 그전에 계약까지 갔다가 대출 승인을 계약기간 안에 못 받아서 다시 마켓에 올려진 집이었다. 그래서 집주인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집 매도에 더욱 집을 빨리 팔려고 closing date 기간을 앞당겼다.
이 기간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나는 기존 마켓에 올려진 가격보다 아주 조금 깎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도 부동산 중개인 분의 말마따나 "Attorney와 함께 혹시나 대출받기 까기 기간이 더 길어지면 mortgage contingency(대출 조건)를 통해 연장할 수 있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퍼가 수락되고 나서, 사실상 closing date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서류의 모든 워딩이 upon agreement라고 되어있었기에 내가 미리 확인했어야 되는 사항이었다.
선납 계약금(earnest money)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많이 넣은 것
earnest money는 보통 집 매매가의 1~2% 정도에서 산정한다. 그러나 나는 이걸 미리 알아보지 않고 집 매매가의 6%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오퍼에 적어놨다.
집 매매가에 포함되는 금액이기 때문에 집 매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몇 퍼센트 산정됐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다. 그러나 집 구매 과정은 home inspection 등 어떤 변수를 통해 거래가 틀어질지 모르므로, 나중에 오퍼가 수락되고 나서 괜히 선납 계약금을 많이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attorney)와 홈 인스펙션 업체(inspection company)를 미리 알아보지 않은 것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부동산 구매 과정에서 변호사가 함께 일한다.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Attorney review period라는 기간을 통해 혹시나 오퍼에서 빠졌던 부분을 추가적으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변호사 고용을 추천한다. 또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병원 예약부터 기본적으로 모든 서비스 업체가 예약을 일주일 전에는 미리 해야 된다. 당장 "오늘이나 내일 부탁드려요"라고 해서 달려오는 업체는 극히 드물다.
집 매수 과정에서 반드시 인지해야 될 것은, 오퍼를 받으면 3일 안에 선납 계약금(earnest money)을 보내야 되고 변호사를 통해 오퍼에 추가 조항을 넣을 수 있는 기간인 attorney review period가 딱 7일 주어진다는 것이다. 즉, 변호인을 통해 추가 조항을 넣은 계약서를 집 파려는 사람(seller) 쪽에 보내려면, 오퍼 수락일로부터 3-4일 안에는 홈 인스펙션 업체를 통해 집 점검을 미리 해야 된다.
사실 오퍼를 넣을 때까지도 집 매수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지 못했다. 부동산 중개인에게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하니 '내 오퍼가 수락되겠어?'라는 안일한 착각이었다. 그래서 미국 부동산 구매과정에서 필요한 변호사와 홈 인스펙션 업체를 미리 알아보지 않았다. 덕분에 오퍼 수락 후, 살 떨리고 숨 가쁜 일주일을 보내게 됐다.
시장 가격보다 조금 더 깍지 못한 것
이 부분은 실수라기보다는, 워낙 인기가 많은 매물이라는 말 덕분에 시장에서 올려진 매물에서 아주 조금 깎은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엇이든 거래를 하면 언제나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아쉬움'이 들어서인 듯싶다. 물론 부동산 거래는 "쌍방이 다 만족"하는 거래가 좋은 거래라고 생각한다.
오퍼는 수락이 되든 안 되든 그 내용을 꼼꼼히 훑어보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리 시간이 없고 부동산 중개인이 압박을 가해도 자신의 심지를 굳건히 하고 체크 리스트를 확실히 검토해야 한다. 내가 필요로 하는 조항들은 다 들어가 있는지, 오퍼가 수락되면 선납 계약금을 3일 안에 줄 수 있는 일정이 되는지, 변호사와 홈 익스펙션은 미리 다 알아봤는지, 그리고 그와 더불어 은행에서 대출받는 과정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이번이 처음 집 매수 경험이어서 그때 그때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나가며 속성으로 배우게 됐다. 결론적으로 현재 만족하며 살고 있는 집 매수지만, 모든 건 다 운이 좋아서였던 것 같다. 앞으로 있을 부동산 매수 때는 더 철저히 검토해야겠다고 다짐해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