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크게 착각했던 것 한 가지
집 구매를 할 때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은행 대출이다.
2년 반의 직장생활 동안 내가 생각했던 종잣돈 100K(1300원 환율 적용 시 약 1억 3천만 원)를 마련했다. 아마 서울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턱없는 금액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역마다 집 가격이 천차만별이기에, 내가 그전부터 눈 여겨봤던 곳은 이 종잣돈을 *다운페이(down-payment)로 내면서 은행 대출을 하면 충분히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통 은행에서 최저로 요구하는 다운 페이는 전체 매매가의 30%이고 비율이 높아질수록 좋다
첫 부동산 임장 날
은행에 사전 융자를 신청했을 때,
다운 페이를 일반적인 비율보다
20% 높게 잡았다.
그 이유 중 첫째는 내가 계약하려고 한 아파트의 집주인 분이 계약을 최대한 빨리 성사시키길 원했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다운 페이를 낼 수 있다는 증거만 있으면 은행에서는 오히려 더 빨리 대출을 시켜줄 거라는 믿음에서였다. 그러나 이 선택이 집 계약 성사까지의 과정에서 나의 발목을 잡을 뻔했다. 은행 대출을 할 때 드는 부가적인 비용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다운 페이 금액 외에 총 $9,000(천만 원) 정도 들었다. 그 비용을 자세히 쪼개보면 아래와 같다.
가장 많이 들었던 비용은 Title 이전 비용으로 약 $3,600 정도 들었다. 이 안에는 타이틀 보험회사(Title company)에서 클로징 금액(settlement/closing fee)이라고 하는 비용이 약 $1800 정도 나왔다.
처음에 은행 대출 담당자에게 이런 견적서를 받았을 땐 과장이 아니라, 입이 떡 벌어졌다. 대출받는데 이렇게 돈이 많이 든다고?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물론 내가 부동산 구매에 문외한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다음 바로 한 행동은 바로 통장 잔고 확인이었다. 당시에 은행 계좌 3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두 개는 같은 은행사에서 당좌계좌(checking account)와 저축 계좌(saving account)였고 다른 하나는 이자 비율이 높은 다른 은행사의 저축 계좌였다. 3개의 계좌 안에 있는 돈을 합해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부차적인 비용까지 댈 수 있는 금액이었다.
십 년 감수는 이럴 때 두고 쓰는 말일까. 솔직히 내 은행 계좌에 있는 현금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마련했겠지만, 회사 일은 아예 제쳐두고 내가 저지른 일을 회수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 같다.
나에게 있어 '내 집 마련'은 부동산 투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었다. 외국에서 가족 없이 홀로 생활은 나로 하여금 독립심도 길러줬으나 그만큼 더욱 나만의 보금자리를 통한 안정감을 갖기 원했다.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렌트비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매 해 또는 반년마다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이사가 지겹기도 했다.
그런 간절한 소망들이 한 겹 한 겹 쌓여 이렇게 급작스럽게 집을 알아봤고, 그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부가적인 비용도 들었다. 위의 예상치 못한 비용을 포함하고서도 은행에 내야 되는 대출 금액은 여전히 미국에서 내는 월세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나에게는 꽤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다음번에 부동산 매수를 할 기회가 또 생긴다면 그때는 조금 더 철저한 공부와 여유로운 자금 확보를 해야 됨을 깨달은 귀한 시간이었다.
번외: 은행 대출 비용 외에 부가적으로 드는 비용이 두 가지 더 있다. 바로 변호사 선임비와 집 점검(Home Inspection) 비용. 이 두가지 비용도 발품에 따라 가격차이가 많이 난다. 나 같은 경우, 변호사 선임비는 보통 $600 정도 하는데 $750이 들었고 집 점검 비용은 보통 $350 정도 하는데 $280 이 들었다. 변호사와 집 점검 업체를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소개를 받을 수도 있으나 나는 구글맵에서 리뷰를 보며 리뷰 개수와 리뷰 평이 좋은 곳을 찾아 직접 가격 비교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