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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Jun 10. 2024

매력적인 사람 1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

 난 내가 봐도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이비 종교에서 포섭하고 싶은 매력적인 대상 상위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당히 선한 인상, 사회적으로 명확한 직업, 다양한 능력과 재주가 있는 나는 내가 봐도 그들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사이비 종교에서 탐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교담을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친해진 선생님 한분이 계셨다. 그분은 웃음이 많고 아이들에게 세상 친절한 둘도 없는 천사 선생님이었지만 업무를 많이 힘들어하셔서 내가 옆에서 많은 도움을 드렸다. 교담을 몇 해동안 계속 맡으셨고 자주 지각을 하실 때마다 멋쩍은 얼굴로 교담실에 들어오신 게 기억에 남는다. 나보다 10살 정도 많았는데 나에게 항상 존대를 하시고 도움을 드릴 때마다 감사의 인사를 매번 잊지 않으셨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분이 남들에 대해 뒷담화하는 것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관리자,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조금씩 할 법도 한데 그 선생님 입에서 남에 관해 안 좋은 말이 나온 적이 결코 없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존경스럽고 그분을 더 믿었던 계기가 되었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이나 학교 생활의 어려운 점을 가감 없이 그 선생님께 털어놓을 때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그래서 나는 속 깊은 걱정이나 고민거리를 거리낌 없이 더 말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그분은 나의 성격이나 취향, 가족관계 등 많은 부분을 자연스럽게 파악하셨을 거다.


 그 선생님은 몸이 약해 오랫동안 휴직을 하셨고 항상 두통을 달고 사셨지만 퇴근 후 교회를 다니시느라 바빴으며, 독서 및 글쓰기 모임을 꾸준히 하셨다. 그 모임에서 낭독 발표회도 자주 하고 그때마다 나를 초대하셨지만 일정이 있었던 나는 그 모임에 가보지 못했다.

 여름 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선생님이 공예품들을 파는 플리마켓에 나를 데리고 가셨다. 그동안 리본공예, 라탄공예, 뜨개질, 재봉으로 소품 만들기 등 손으로 사부작 사부작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곳이었다. 예쁜 카페의 야외 공간에서 다양한 수공예품을 팔았는데 선생님은 매듭팔찌를 파시는 분과 유독 친하게 인사를 하셨다. 선생님께서 맘에 드는 매듭 팔찌를 고르신 걸 본 나는 초대를 해주신 감사한 마음에 팔찌를 선물해 드렸다. 팔찌를 파시는 분도 인상이 좋으셨고 무엇보다 나는 매듭 팔찌 만드는 걸 배우고 싶어 했다. 이래 저래 이야기를 하면서 팔찌 공예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같이 공예를 배우기로 약속을 하였다. 나에게 그 선생님은 몇 년을 봐온 믿을 만한 사람이었고 덕분에 그 선생님이 알고 있는 공예선생님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매듭팔찌와 그 재료들


 그 선생님과 공예선생님 그리고 공예선생님의 친여동생까지 우리 집에 방문을 했다. 우리 집 곳곳을 구경하며 정리정돈된 우리 집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휴롬을 오랜만에 꺼내 맛있는 수박주스를 만들어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을 대접하였다. 그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공예선생님이 줌으로 영상을 하나 보면서 집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나도 줌영상을 들으며 팔찌공예를 시작하였는데 가끔씩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강사의 농담에 같이 웃기도 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를 세뇌시키기 위한 일종의 포섭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나를 한번 떠 본  같다. 별다른 의심이나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근사한 매듭팔찌가 내 손에서 탄생을 하였다는 것에 감탄을 하였고 우리는 또 다른 강습을 약속했다. 강습 후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도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다. 왠지 내 얼굴을 사이비 종교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었을 것 같다.


 다음 장소는 곰곰이 생각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굉장히 기분이 나쁜 라탄공예 공방이었다. 라탄공예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라탄공방에서 팔찌공예를 했고 이 때도 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매듭팔찌공예를 배웠다. 한창 일상의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중년 여자 두 분이 공방을 찾아왔다. 팔찌 선생님의 친여동생이 잘 아는 분인 것 같았고 지나가는 길에 들린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공방을 둘러보며 나를 탐색하기 위한 그들만의 작전이 펼쳐졌다. 그분들은 라탄공방 주인이 건넨 사과주스를 마시고 자리에 앉더니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에게만 이름을 물어보았고, 내가 말한 적이 없는 내 직업과 내 걱정거리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뭐지? 게다가 공방에 있는 6명은 서로 알고 있는 것 같았고 중년의 그분들은 나를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장 기분이 나빴던 것은 심리상담가 겸 목사라는 중년의 여자분이 내게 좋아하는 색깔을 물었는데, 내가 보라색이라 답을 하자 우울감이 많아서 자기를 따로 만나야겠다는 대목이었다. 나름 나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나를 언제 봤다고 나에 대해 멋대로 판단을 하고 부정적인 내용만 말을 하지? 왜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지? 찝찝했다. 집에 가는 길에 나와 친한 선생님께 내가 느낀 이 감정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분은 내 이야기에 어떤 동조나 반대 생각, 그 어느 것도 표현하지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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