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바로 5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추석 연휴 동안 별다른 계획은 없지만 생각만 해도 너무 신이 난다. 일단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놀고먹고 편히 쉴 수 있다. 친정에서도 먹고 자고 놀고, 시댁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건 너무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아 살이 찔게 100% 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번 추석에 '선생님은 조금만 먹고 많이 움직일 거'라고 우리 반 아이들 앞에서 말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하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 이번 추석 연휴 때 우리 친구들은 뭐 할 거예요? "
- 강원도로 캠핑 갔다가 친척 집에 갈 거예요.
- 남해로 놀러 갔다가 할머니집에 갈 거예요.
- 저는 집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잠도 많이 잘 거예요.
"선생님도 이번 추석 때 맛있는 것도 먹고 잠도 많이 자고 틈틈이 운동도 할 거예요. 우리 친구들이 좋아하는 송편, 잡채, 갈비 등 맛있게 먹는 것은 좋지만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야 해요. 혹시라도 성묘 가는 친구들은 벌쏘임이나 진드기에 조심해야 하고요. 친척들 만나면 용돈도 받고 사촌들과도 놀아서 참 좋겠네요. 무엇보다 즐겁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다 와야 합니다!" 항상 안전을 신신당부하는 나의 잔소리 섞인 지도에도 아이들의 대답소리는 신남과 기대감이 잔뜩 묻어있다.
나에게는 1년에 한 번 정도 특별하게 입는 옷이 있는데 그건 바로 개량한복이다. 추석 즈음에 딱 한 번만 입는 옷으로 학교에 입고 가면 주변 사람들이 추석 느낌이 난다고 좋아해 주신다. 아이들에게도 추석 분위기를 더 느끼게 해 줄 수 있어서 좋다. 일상생활에서 한복 입은 사람을 보기 힘든데 이렇게 한 번씩 보여주면 살아있는 교육이 되는 것 같다. 옆구리 찔러 절 받기지만 '선생님, 한복이 잘 어울리고 이쁘다'라는 소리를 아이들에게 꼭 듣는다.
꽃분홍치마에 흰색 저고리
꽃분홍 한복 치마는 여수에 사시는 큰 이모가 손수 만들어 몇 해전 보내 주셨고 위에 입은 한복저고리 스타일의 블라우스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하였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입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년에 한 번씩은 꼭 입으려고 한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할 때 남편이 나의 복장을 보더니 학교에 한복을 입고 간다고 웃지만 이것도 교육의 일환이라고 말하며 꿋꿋하게 입고 출근을 한다. 교실로 올라가는 길에 저학년 아이들의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니 병설 유치원 선생님이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시고, 급식실 조리사 선생님들에게도 추석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며 칭찬을 많이 받아 기분이 좋다.
5,6 교시 미술 시간에는 추석과 관련된 활동을 준비하였다. 그건 바로 '추석소원굴비' 만들기이다. 초등커뮤니티 자료실에서 찾아낸 자료로서 아이들과 재밌는 활동이 될 것 같았다. '단지쌤 교실'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 아주 친절히 만드는 방법까지 올라와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동학년 선생님들과 공유도 하였다. 굴비 모양의 도안에 추석 소원 세 가지를 쓰고 오려서 붙인 후 끈으로 엮으면 완성이 된다. 소원이 적힌 여러 굴비들을 교실 뒤편에 달아주니 교실 분위기가 재밌어진다. 자신이 만든 소원굴비를 한번씩 보면서 마음속에 품으면 그 소원이 생각한대로 될 것 같았다.
사진 출처 : [단지쌤 교실] 유튜브 채널
우리 아이들이 쓴 소원을 하나하나 읽어보니 재밌는 것도 많았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제일 눈에 많이 띄었다.
-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 주세요.
-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하주세요.
-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도록 해주세요.
-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기
-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
웃긴 소원도 많았다.
- 닌텐도 조이콘 고치게 해 주세요.
- 로또 당첨
- 고양이 키우기
- 제게 행운을 주세요. 제발!
- 키 쑥쑥 크게 해주세요.
추석 소원 굴비
아이들의 가족과 건강을 위한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진심을 담아 만든 추석 소원굴비이니만큼 꼭 그 소원들이 다 이루어지면 좋겠다. 추석 당일 커다랗고 밝게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나도 소원을 빌어봐야겠다.
우리 가족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게 해 주시고, 우리 반 아이들 소원 다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