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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Sep 27. 2024

초등교사의 10가지 특징

 내년이면 20년 차 초등교사가 된다. 강산이 2번이나 바뀔 정도의 긴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그 시간은 눈 깜짝할 새인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나는 나의 직업을 사랑하고 만족하며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수를 받고 새로운 배움에 도전하고 있다. 한 분야를 20년 동안이나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모든 직업이 그렇듯 나에게도 직업적인 특색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소위 말하는 직업병이 교사에게도 있다.


1. 칭찬과 리액션이 좋다.

 F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공감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아낌없는 칭찬을 해준다. 쓰레기를 주었을 때, 급식을 다 먹었을 때, 큰 목소리로 발표를 잘했을 때, 자신이 맡은 1인 1역을 잘했을 경우가 그 예이다. 언어적인 표현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현인 엄지척을 해주거나 감탄사를 쓰는 반응을 자주 보인다. 성향 자체도 그렇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내 온 시절이 길어 일상생활에서도 리액션이 좋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눈을 잘 마주치고 진심을 다해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때로 에너지가 바닥이 나면 기계적인 리액션을 하기도 한다.


2. 맞춤법에 예민하다.

 초등교사는 학기말이 되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데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리지 않도록 항상 확인을 한다. 정확한 정보를 위하여 어떤 선생님은 국립국어원에 문의하기도 한다. 평소에도 '다르다, 틀리다' '가르치다, 가리키다' '작다, 적다' '크다, 많다' '되다, 돼다' 등 기본적인 어휘를 틀리게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신경이 쓰인다. 잘 모르는 맞춤법이 아직도 많지만 기본적인 것은 틀리지 않도록 평소에 노력을 많이 한다.


3. 작은 안전에도 매우 민감하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을 100번 잘 운영해도 1번의 안전사고가 나면 모든 게 다 의미가 없어지는 게 요즘 현실이다. 그래서 조금의 안전사고라도 예상이 되면 아주 철저하게 안전교육을 하거나 과감히 그 내용을 포기한다. 평소에도 안전교육을 틈틈이 하지만 알림장에도 날마다 안전에 관한 항목을 넣고 하교 시 인사를 할 때도 '차조심, 길조심, 사람조심, 곧장 집으로 가기!'를 외친다. 차를 탈 때 '안전벨트 매라'는 내용은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이고, 가위를 사용할 때도 사전에 조심하라는 말을 여러 번 한다. 커터칼은 아예 사용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급식 먹을 때도 목에 걸릴까 봐 항상 걱정이어서 천천히 먹으라고 지도하고, 각 시기별 안전교육도 매우 많다.


 체험학습을 위한 사전답사에서도 길바닥의 상태, 주차장에서 학습장까지 이동 동선, 화재 위험, 활동 시 예상되는 주의사항까지 아주 꼼꼼하게 체크를 한다. 특히, 외부에서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 때는 언제 어디서 안전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므로 항상 신경을 세우고 작은 안전사고까지 대비해야 한다.


 얼마 전 우리 지역의 자원순환센터 외부강사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천연수세미 만들기를 신청했는데 과정이 마감되어 '바느질로 옷감에 이름 새기기'로 바꾸는 게 어떻냐는 담당자의 문의가 들어왔다. 학년 선생님들과 상의 후 우리 아이들이 바느질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어서 신청을 포기하였다. 혹시라도 바느질을 할 때 내 손을 찌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이 화가 나서 친구를 찌르는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아무리 철저하게 안전교육을 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교사에게 막중한 책임을 지게 하는 요즘 사회 분위기와 법은 교육과정 운영을 위축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작은 장난이어도 학교 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으므로 일이 조금이라도 생기려고 하면 바로 지도를 한다.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 몸장난을 많이 하는데 그러다 다칠 수 있고 아무리 장난으로 시작하였다 하더라도 기분이 나빠지는 순간 학교 폭력으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몸 터치를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복도에서 제발 뛰지 마라고 수없이 말을 하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은 진작에 옛날말이 되었다.


4. 말투(존댓말, 지시형 말투) 

 기본적으로 존댓말이 장착이 되어 있다. 학생들에게 했던 지시형 말투가 집에서도 그대로 나와 신혼 초에 남편의 불만을 들은 적이 있다. 본인을 학생처럼 대해서 기분이 안 좋다고 했었다. 요즘에는 지시형 말투보다 부드러운 어조를 많이 쓰는데 이것도 직업에서 나오는 습관이다. '~ 해줄래? , ~ 하지 않습니다. ~ 해볼까요?, 안 돼요! ~ 하세요, ~ 하지 마세요 ' 등이 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않지만 가족들에게 가르치려는 게 많다. 특히 엄마나 아빠에게 말조심하시라고 단속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엄마가 그럴 때마다 피곤해 하시고 내 앞에서도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려고 하신다.


5. 무단횡단을 하거나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않는다.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무단횡단이나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교사들 대부분은 사회적 기본 규칙을 정말 잘 지킨다. 기본적인 도덕규범인 질서와 약속시간도 잘 지키려 노력한다. 외부에서 교사들이 모인 집단을 보면 더 확연하게 티가 난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사회적 규범을 잘 지킨다. 아이들에게 평소 모범을 보여야 하므로 당연한 결과이다.


6. 여행을 가거나 무언가 특별한 것을 경험했을 때 수업에 적용시키려는 생각을 계속한다.

 최근에 무에타이 운동을 하면서 상대방의 왼다리를 터치하는 활동을 했는데 우리 반 아이들과 체육시간이나 창체 시간에 하면 재밌을 거란 생각을 했다. 나도 이렇게 재밌어하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하면 얼마나 재밌게 체력을 기를 수 있을지 수업 장면을 잠시 상상해 본다. 무슨 경험을 했을 때 교육과정과 연계를 하면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은 장면은 사진 찍기에 바쁘며 수업에 꼭 활용을 한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리 아이들 수준에 맞는 재밌는 농담을 기억해 두었다가 수업시간에 말하기도 한다. 교사가 어떤 경험이든 많이 해봐야 하는 게 여기에서 나온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유명한 말도 있듯이 교사가 많은 경험을 하고 그것을 적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7. 초등학생 같아 보이면 몇 학년인지 물어본다.

 길거리에 있는 아무 초등학생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한창 재밌게 다니고 있는 무에타이 체육관에는 초등학생들도 많이 있는데 운동을 하는 게 대견하여 '우리 친구, 몇 학년이야?'라고 종종 물어본다. 학년을 대답하면 학교까지 물어보기도 한다. 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 같이 보이고 한 명 한 명이 기특해 보인다. 때로는 무에타이에서 장난이 심한 초등학생들을 보면 지도를 하고 싶지만 관장님이 계시기에 꾹 참는다.


 8. 신체활동이 있는 날은 옷을 굉장히 편하게 입는다.

 초등교사만의 옷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개수업용 옷, 상담주간 옷 같은 것이 교사마다 있을 것이다. 노출이 심한 옷만 아니면 요즘은 특별히 옷차림에 대해서 제재하는 분위기가 아니므로 청바지나 반바지도 자유롭게 입는다. 특히 체육 같은 신체활동이나 체험학습이 있는 날이면 운동복을 입고 학교에 출근을 해도 무방하다. 옛날 가요의 노랫말처럼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다.


9. 날마다 판사가 된다. 

 교실에서는 하루에도 수없이 크고 작은 갈등 상황이 발생한다. 사이가 좋더라도, 장난으로 시작했더라도 기분이 상하면 바로 담임교사에게 와서 친구의 행위를 말한다. 그럼 관련자들을 모두 따로 불러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가벼운 사안이라면 서로 사과를 하고 마무리를 하면 되지만 무거운 사안으로 진행될 것 같으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를 쓰게 한 후 잘 읽어보고 판단을 한다. 대부분 어느 한쪽만의 절대적인 피해자, 가해자의 상황은 없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지 않았고 진술과 증언에 의존을 하다 보니 판단을 잘해야 하는데 에너지 소비가 상당하다. 해가 갈수록 하지 마라는 것은 늘어나는 데 지도하기가 가끔은 벅차다. 수업만 평화롭게 하고 싶은 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생활지도가 경력이 쌓일수록 어려운 건 절대 기분 탓이 아니다.


10. '콩콩팥팥'임을 알기에 적당히 훈육한다.

 아이의 개인적인 안 좋은 행동이나 습관이 보여도 적당히 훈육한다. 고쳐보겠다는 생각을 절대 갖지 않는다. 설령 나쁜 행동을 고쳐보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이상 넘어가기도 한다.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 말을 좀 단호하게만 하여도 민원의 대상이 되므로 나 자신을 위해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


 지각을 자주 하는 학생이 있는데 '지각하지 않도록 가정에서 지도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이톡을 보내면 돌아오는 답변은 'oo이 요즘 등교 시간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는데 이해부탁드려요'라는 답변을 받을 뿐이다. 8시 45분까지 등교하는 것이 교칙이고 약속인데 기본적인 규칙과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아이 스트레스받는 것을 먼저 걱정하는 학부모에게 별다른 말은 더 이상 할 수 없다. 지각을 할 때도 '지각하지 말자!'라고 간단히 넘어간다.


 매사 부정적인 아이의 학부모도 거의 대부분 부정적이다.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확인이나 서명을 요구하는 협조를 부탁드리면 '이거 꼭 해야 하나요?' 라며 교사의 기운을 빠지게 만든다. 아이들을 바꾸려고 하면 삶이 피폐해지므로 1년 동안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신규시절 편식이 엄청 심한 학생이 있어 가정과 연계하여 열심히 지도한 경험이 있다. 요즘에는 급식 지도도 학생인권에 위배될 수 있다.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게 한다는 민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편식이 심한 아이를 만나도 '맛만 좀 봐볼까?' 라며 별다른 지도를 하지 않는다.



 

 케바케, 사바사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약 20년 동안 초등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그 특징들이 나와 재미가 있다. 이 외에도 교사의 직업병으로 성대결절, 하지 정맥류, 방광염 등이 있다. 교사 생활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방학이 있고 퇴근 시간이 빨라서 좋겠다고들 하신다. 맞는 말이지만 방학이 없으면 다음 학기를 버텨낼 수 없을 정도로 평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또한 방학을 이용해서 연수를 받는 등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분들도 많고 이 때를 이용하여 병원 투어를 많이들 한다. 급식 시간도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근무 시간이기 때문에 우리 교사들은 점심시간에도 밖을 나가면 안 되고 항상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8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므로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갖고 커피타임까지 보내는 다른 직장인 분들이 아주 가끔 부러울 때도 있지만 우리 학교 급식이 너무나 맛있으므로 말 그대로 아주 가끔이다.


 난 나의 직업을 정말로 사랑한다.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 인생에 있어 아주 미미한 부분일 수 있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 번씩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싶어서 욕심을 부릴 때가 있는데 잔소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중해야 할 것 같다. 요즘 무에타이를 하면서 많이 드는 생각이 나의 교직생활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안전하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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