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 퇴근 후 안마의자에 몸을 눕힌다. 오전 내내 아이들과 외부 체험활동을 하고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안마의자에 누워있는 30분의 시간이 너무나 달콤하다. 간단히 집안을 정돈한 후 시계를 보니 벌써 줌바댄스에 갈 시간이 다 되었다. 운동하기에 편한 레깅스와 티셔츠를 입고 집을 나선 순간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한 게 기분이 좋았다. 50분 간의 줌바댄스를 신나게 하고 땀을 흘린다. 오기까지는 힘들었지만 오늘도 해낸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 집에 가는 길에 습관적으로 카톡을 보니 옆반인 2반 선생님으로부터 장문의 카톡이 와있었다. 자동차 시동을 켜기 전 잠깐 읽어보았는데 스타벅스 음료 쿠폰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이기도 했고 내용 자체가 감동이라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집으로 가는 내내 운전을 하면서 감동받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고민하였다. 너무나 감사하였다.
나의 취미 중 하나는 재봉틀로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것이다. 유튜브를 보며 파우치나 가방, 카드지갑, 필통 같은 것을 소소하게 만드는 게 여간 재밌는 게 아니다. 요즘에는 머리 묶을 때 사용하는 머리끈인 소위 '곱창'이라 불리는 헤어슈슈를 만드는 데 빠져있다. 내가 대학생 시절에 곱창이 인기였는데 또다시 유행이다. 약간의 원단과 고무줄만 있으면 평생학습이 가능한 유튜브를 보며 아주 간단하고 쉽게 곱창을 만들 수 있다. 나도 잘 사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선물을 할 때 기분이 정말 좋다.
곱창 (헤어슈슈)
주말 동안 곱창을 몇 개 만들어 우리 동학년 샘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하니 좋아하신다. 소소하지만 핸드메이드 선물을 할 때마다 받는 사람도 좋아하여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이번에는 안 입는 원피스를 잘라 재단하여 새활용을 하니 더 좋았다. 예전에도 그동안 열심히 만들어서 집에 쌓여있는 필통이나 파우치를 하나씩 선물로 드리면 어설픈 작품(?)이지만 잘 사용을 해주어 주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번에도 그냥 심심해서 만든 아주 소소한 곱창 선물이었는데 옆반 선생님이 깜짝 선물을 해주어서 매우 감동했다.
몇 년 만에 담임을 한 내가 올해 5학년 담임을 잘할 수 있을지 학기 초에 걱정을 조금 하였다. 다행히 좋은 동학년 선생님들을 만나 학교 생활을 무난하게 잘하고 있다. 우리 5학년은 총 4반으로 동학년 선생님들의 나이대가 나와 비슷하여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잘 어우러지고 있다. 특히, 맡은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잘 추진하며 모두가 먼저 나서서 궂은 업무도 마다 하지 않는다. 꼼꼼하신 선생님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특히 옆반 선생님인 2반 선생님에게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 나보다 경력은 살짝 짧지만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고 일도 시원시원하게 잘하며 무엇보다 이야기를 재밌게 하고 공감을 많이 해주신다. 2반 선생님 덕분에 우리 지역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수업성장인증제'와 '동학년 수업살이'도 참여해서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먼저 나서서 많은 일을 하시는 옆반 선생님은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2반 선생님은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도 꽃다발과 함께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셨고 다른 분들도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 3반 선생님은 우리 학년의 막내면서 브레인을 담당하고 있고, 4반 선생님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는 아주 꼼꼼하신 분이다. 이렇게 능력이 많고 인성이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동학년을 하고 있는 올해 정말로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동학년 선생님들이 많이 축하를 해주셨다.
1년 동안 학급 운영이 잘되기 위해서는 학생들도 잘 만나야 하지만 동학년 선생님들의 합도 매우 중요하다. 가끔가다 이상한 동학년 선생님을 만나면 학년 연구실에도 가기 싫고, 분위기도 좋지 않아 일처리에도 영향을 받는다. 올해 동학년 선생님들 중 내가 제일 나이가 많지만 다른 선생님들을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매번 느낀다. 학급 경영도 열심히 하고 서로의 애달픔도 이해해 주는 동학년 선생님들이 정말 최고다. 때로는 남편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할 때 뒷배경도 설명을 해줘야 하므로 귀찮을 때가 있어 말을 안하는 경우도 많은데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학교 대화는 긴 말이 필요치 않다. 나이대도 비슷하여 일상의 스몰토크도 매우 재미있다. 요즘은 외부 강사 수업 프로그램이 많다. 필수적으로 신청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위해 신청을 할 때면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우리 동학년 선생님들이 정말 감사하다. 일반 교실 수업보다 신경 쓸 게 많고 사전에 공문작성 등 잡다한 업무가 많은 외부 강사 프로그램을 선생님들이 착착 진행시키는 것을 보면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곧 있으면 10월이고 이제 얼마가지 않아 내년도 학년을 정할 때가 온다. 올해 학교를 옮겨 점수가 낮은 우리들이 어느 학년으로 갈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 동학년 선생님들을 만난 다른 선생님들이 미리 부럽다. 저경력일 때는 나도 누군가의 좋은 동학년 선생님으로 기억되길 바랐지만 요즘에는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학교에 가고 싶은 제일 큰 이유는 우리 학교의 맛있는 급식이고 그다음이 우리 동학년 선생님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사할 일이 점점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