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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Sep 22. 2024

수업놀이

 올해 우리 5학년 전학공(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주제는 '놀이를 통한 행복한 수업 디자인'이다. 아이들이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학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수업에 놀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놀이'라는 말만 들어도 언제나 즐거운 우리 아이들이지만 수업시간의 놀이는 단순히 재미있는 놀이로만 끝나면 절대 안 되므로 교사가 사전에 많은 준비와 연구를 해야 한다. 수업놀이를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을 받는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과 유튜브 '이종대왕' 채널이 있다. 여러 능력 있는 선생님들 덕분에 쉽고 편하게 준비를 할 수 있고 나의 교실 상황에 맞추어 약간의 변형도 가능하므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자주 이용하고 있다.


 5학년 2학기 사회는 역사로만 이루어져 있고 외워야 할 것도 많아 수업 자체가 지루해지기 쉽다. 역사 동영상 시청, 역사 컬러링 북, 비주얼싱킹의 공책 정리도 하고 있지만 역사가 재밌는 내용이라는 것을 우리 친구들이 느낄 수 있도록 사회시간에 수업놀이를 자주 시도한다. 주로 개념을 정리할 때 놀이를 많이 적용하는데 모든 교과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 놀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얄라리 얄라' 문장을 외우는 놀이이다.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과서 내용을 암기를 할 수 있다. '인디스쿨'의 '철리안'이라는 닉네임의 선생님이 올려주신 놀이로 아이들의 반응이 뜨겁다.


'얄라리 얄라' 놀이 방법  made by  집현전- 철리안

 

 놀이 방법과 규칙은 단순하고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이번에는 철리안 선생님이 올려주신 자료를 활용하였지만 암기할 문장만 준비하면 되는 아주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놀이이고 창체를 비롯한 모든 교과에 적용할 수 있다. 일단 모든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리 반에서는 책걸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교실 가운데 원으로 서서 놀이 순서를 한눈에 보기 쉽게 하였다. 그다음 화면에 나오는 문장을 제한 시간 안에 외운다. 약 20초 정도의 시간 안에 '궁예는 고구려 계승을 내세우며 후고구려를 세웠다'와 같은 한 문장을 정확히 외워야 한다. 그 시간에 배운 개념을 정리하고 외우는 것이다. 암기 시간이 종료된 후 띄어쓰기마다 돌아가면서 한 명씩 말을 해야 한다. 문장이 끝나면 한 명씩 '얄라리, 얄라'를 외친다. '궁예는 v 고구려 v 계승을 v 내세우며 v 후고구려를 v  세웠다 v 얄라리 v 얄라' 이런 식으로 한 명씩 말을 하면 된다. 원래의 규칙에서는 '얄라' 다음 사람은 자리에 앉게 되는데 이 부분을 살짝 변형시켰다. 탈락자가 생기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계속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에 앉는 대신에 칩을 하나씩 주었고, 칩의 개수대로 나중에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것으로 바꾸었다.


 재미있는 추가 규칙이 있는데 바로 '폴짝'과 '반사'이다. 폴짝을 사용하면 본인 차례가 왔을 때 한 번 건너뛸 수 있고, '반사'를 사용하면 차례를 반대로 돌릴 수 있으므로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게 된다. 단, 폴짝과 반사는 첫 단어를 말하는 사람이 사용할 수 없다. 철리안 선생님의 주의사항으로는 첫째, 주변에서 알려주는 학생들이 종종 발생하므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사항을 안내해야 한다. 우리 반에서 만약 알려주는 친구가 발견될 시 칩을 하나씩 주기로 하였다. 둘째, 한 번 탈락하고 아쉬워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라운드를 여러 번 나눠 진행해 보는 것도 추천하였다. 우리 반에서는 칩을 사용하여 탈락자가 생기지 않으므로 이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사회시간에 배운 개념을 정리하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였다. 화면에 문장이 나오자마자 아이들이 열심히 중얼중얼하면서 문장을 외운다. 제한시간이 있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는 아이들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오늘의 도우미 친구부터 오른쪽방향(반시계 방향)으로 시작한다.


 1번 학생 - 궁예는

 2번 학생 - 고구려

 3번 학생 - 계승을

 4번 학생 - 폴짝!  

 5번 학생 - 내세우며

 6번 학생 - (당황하며 말을 못 해 칩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기 위해 문장을 한번 더 말해주고 그다음 학생부터 놀이를 다시 시작한다.


 7번 학생 - 궁예는

 8번 학생 - 폴짝! (생각보다 폴짝을 빨리 써서 아이들이 웃는다)

 9번 학생 - 고구려

 10번 학생 - 계승을

 11번 학생 - 내세우며

 12번 학생 - 후고구려를

 13번 학생 - 세웠다.

 14번 학생 - 얄라리

 15번 학생 - 얄라

 16번 학생 - (칩을 받는다.)


 이 놀이의 좋은 점은 약간의 운도 작용을 하므로 암기 능력이 좋은 아이도 칩을 받을 수 있고, 평소 전반적으로 학습이 느린 친구들도 놀이에 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에 모든 능력이 뛰어난 oo이도 이번 놀이에서 칩을 3개나 받았다. 나름 긴장감이 많이 도는 놀이여서 실수를 하는 모습도, 집중을 하려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탈락자가 없는 놀이로 변형하여서 다들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고 칩을 받은 개수대로 마지막에 '사랑합니다'를 외쳐서 기분 나쁠 일도 별로 없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학습놀이가 되었다. 개념정리를 하는 놀이이므로 10분 정도만 하였는데 많은 라운드를 진행하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그 단원이 끝나면 1차시 전체를 스피드 퀴즈와 함께 놀이로만 진행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 반 학생들에게 맞는 수업놀이를 공부하며 잘 적용시켜 봐야겠다.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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