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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Oct 24. 2024

급식 마라탕! 탕!

 중간놀이 시간쯤 되니 온 학교에 마라탕 냄새가 잔뜩 풍기는 것 같다. 5학년 교실이 있는 4층까지 냄새가 올라올 수 있나? 아이들이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엄청 배고파한다. 나도 덩달아 배가 고파진다. 교실에 사두었던 마가렛트를 간식으로 하나씩 나누어 주니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수형(모든 이름은 가명)이는 '쿠키는 우유랑 같이 먹어야 맛있는데!'라며 아침에 너무 일찍 우유를 먹어버려서 아쉬워했고, 아직 우유를 안 마신 친구들은 같이 먹을 생각에 얼굴이 밝아졌다.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윤종이 손에는 마가렛트 과자 대신에 초콜릿과자가 하나 쥐어졌다. 역시 학교에서 다 같이 먹는 간식은 유독 더 맛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흐뭇해진다. 여느 때 같았으면 나도 하나 살짝 먹었을 텐데 '일주일간 과자 먹지 않기' 챌린지를 혼자 하고 있어서 가까스로 참을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오늘 급식을 손꼽아 기다려 온 것을 잘 안다. 바로 마라탕이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급식으로 마라탕과 꿔바로우를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좋은 시대이다. 매월 첫날이 되면 그 달의 식단표를 뒷문 출입구 쪽에 붙여 놓는다. 새로운 식단표가 게시되면 아이들은 쭉 훑어보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아이들 눈이 반짝인다.


"마라탕 나온다!"

"와~ 언제?"

"23일 글로벌 데이에 나와!"


 

 우리 학교에는 한 달에 한번 '글로벌 데이'가 있다. 이번달 글로벌 데이는 중국이 주제다. 그동안 일본,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글로벌 데이를 즐길 수 있었다. 유독 인기가 있는 마라탕은 나도 매우 좋아하는 메뉴이다. 매콤하고 고소하여 여간 맛있는 게 아니다. 급식을 받아보니 마라탕에 갖은 채소와 비엔나소시지를 비롯하여 넓적 당면, 옥수수면, 얇은 두부면까지 들어있어 아주 제대로 맛을 내었다. 사 먹는 것보다는 덜 자극적이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꿔바로우는 조금 식었지만 달콤한 소스에 버무려져서 입안 가득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연신 너무 맛있다고 감탄하며 입에 묻혀가면서 맛있게 마라탕을 먹는다.


 급식판을 정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우리 반 민규를 만났는데 입에 잔뜩 묻은 마라탕의 흔적이 너무 귀여웠다. 평소에도 국물까지 깔끔하게 잔반 없이 잘 먹는 민규인데 오늘은 제대로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얼굴에 행복이 많이 묻어 있었다. 덩치도 우리 반에서 제일 크고 나보다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민규의 성격은 매우 온순하여 친구들 사이에도 인기가 많다. 민규에게 입 주위를 닦으라고 말하고 교실로 올라가는 길에 준혁이를 만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선생님! 오늘 마라탕 진짜 맛있었어요!"

"그렇지? 선생님도 마라탕 좋아하는데 진짜 맛있더라. 꿔바로우가 좀 식기는 해도 역시는 역시였어!"

"꿔바로우 소스가 새콤달콤해서 정말 맛있었어요."

"선생님은 한 입 가득 먹는 걸 좋아하는데 정말 맛있었어!"


 특유의 예쁜 눈웃음을 가진 준혁이도 오늘 급식에 매우 만족한 느낌이다. 마라탕이 우리 아이들을 설레고 기쁘게 만들어 주었다. 같이 나온 가지나물도 간이 잘 맞아 너무 맛있었고 굴소스가 들어간 새우볶음밥도 엄지 척 이었다. 물론 지윤이처럼 새우볶음밥 대신 따로 준비된 흰밥을 받아오는 친구들도 한 명씩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입맛을 고려하고 식단을 짜는 영양 선생님이 대단하였다. 그 많은 양의 마라탕을 퍼지지 않게 만드는 조리원 선생님들의 전문성에도 감탄을 하였다.


 음식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특히 먹는 걸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힘이 더욱 크다. 아는 맛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고 설렌다.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 있는 급식을 먹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물론 이 영양소는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맞춰진 것이라 나 같은 성인이 제대로 먹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급식시간에 나의 젓가락질과 입은 도저히 쉴 수가 없다.


 아침에 출근하면 그날의 식단표를 확인하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돼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급식 시간이 기다려지고 행복해진다. 식단표를 계속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마음을 백 퍼센트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급식을 우리 아이들이 잘 먹어서 다 키로 가면 좋겠다.


골고루 먹고 쑥쑥 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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