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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Oct 16. 2024

두근두근! 브런치 팝업스토어

 브런치스토리 팝업스토어가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갈까 말까 많은 고민이 되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을지 생각하니 가야겠다는 결단이 빨리 선다. 주말을 이용하여 잠깐 다녀오기 위해 서둘러 기차표를 예약하려 하는데 자리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역방향 자리의 KTX 표를 겨우 예매한 후 한숨 돌리고 서울역에서 성수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검색해 본다. 브런치스토리 팝업스토어 종료일을 하루 앞두고 방문을 하는 터라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이름으로 가는 것이라 마음이 두근거렸다. 


 토요일 아침, 아들을 학원에 데려다준 후 집안 정리를 해놓고 기차를 타러 역으로 향했다. 시내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전날 아들 학원에서 결제를 하고 카드를 차에 그냥 두었던 것이 머리에 스쳤다. 차키는 가져오지 않았지만 평소처럼 휴대폰에 있는 디지털 키로 차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앱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기차역에서 토스트를 먹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출발한 터라 시간이 넉넉하였기에 바로 집으로 올라가 차키를 챙겨 왔다. 당황하지는 않았으나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했던 것일까? 카드를 꺼내려고 차문을 여는 순간 뭔가 입술을 강하게 강타하였다. 차문이 내 입술을 친 것이다. 문을 채 다 열기도 전에 머리를 숙여 카드를 찾으려 했던 나의 성급함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치아는 괜찮았으나 입술 한쪽이 금세 부풀어 올랐고 비릿한 피맛도 느껴졌다. 정말 사고는 한순간이다. 좀 더 겸손하고 느긋하게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막간을 이용하여 해 본다. 입술이 아팠지만 늦지 않게 역에 도착하여 토스트를 먹고 편의점의 바나나 우유까지 야무지게 사서 기차에 탑승하였다. 한쪽이 부푼 입술을 보며 왜 사람들이 입술에 필러를 맞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어 혼자 웃음도 지었다. 

 

 혼자 하는 기차여행은 항상 설렌다. 겸사겸사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브런치스토리 팝업스토어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더 좋았다. 덕분에 평소 핫하다고 말로만 들었던 성수동을 처음으로 방문하였다. 성수역에 내려 밖으로 나가니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 특히 2-30대 젊을 사람들이 많았고 가게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도앱을 켜고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여러 건물과 사람들을 신나게 구경하였다.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엄청 많았고 아주 유명한 원밀리언 건물도 볼 수 있었다. 입이 딱 벌어졌다. 시골쥐가 서울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브런치스토리 팝업스토어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오후 5시에 예약을 했고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였지만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안쪽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니 설레는 마음이 더 커졌다. 내 앞 순서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직원 분이 "작가님이세요?"라고 물어보았고 "아니요"라고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내심 이렇게 물어봐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자 팸플릿을 주면서 "어서 오세요. 브런치스토리 어플을 있으세요?"라고 하여 "작가인데요"라고 내 입으로 말하니 내심 서운했다. 나한테도 "작가님이세요?" 물어봐주길 원했는데 기분이 이상해지는 나 자신을 보고 유치함이 느껴졌다. 쿨한 척을 하고 있는 동안 직원분이 "아, 그럼 사진 찍어서 작가카드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하셨다. 여행배낭을 한쪽에 내려두고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것을 만들려고 내가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작가님이세요?'라고 한번 물어봐주지, 그럼 너무 기쁜 마음으로 '네!'라고 했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필명을 보여주며 브런치 스토리 작가를 인증하는 과정이 나름 뿌듯하였다. 


 

 '느긋'이 쓰여있는 작가카드를 받고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다. 나 같은 평범한 아줌마도 어느 날 작가가 되었으니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증명할 수 있다. 5개월 전 교육연수원의 글쓰기 연수를 통해 '브런치 스토리' 존재를 알게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브런치스토리라는 세계에서 작가가 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응원과 댓글을 받으며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고 글 쓰는 시간이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일상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순간순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작가'라는 단어에서 오는 힘이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으며 나의 삶이 그 자체로도 더 의미가 있어졌다. 


 일상의 발견이 이렇게 재밌었던가? 40대 아줌마의 일상에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계와 구독자 수를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고 숫자에 기분이 미묘하게 좌우되는 날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브런치스토리를 처음 시작할 때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었고 남들이 읽어주면 고마웠을 뿐, 나 자신과의 시간에 더 큰 감사함을 느꼈었다.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감을 받아 글을 쓰는 날이면 글이 술술 써졌는데 어느 순간 글감을 찾아다니는 나 자신을 발견한 순간도 있었다. 이럴 때는 억지로 글을 짜내는 느낌이 커서 글을 발행해도 예전만큼 만족감이 크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쯤 우연히 '라디오스타'라는 TV 프로그램의 김창옥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의 마음을 크게 울렸다. 진행자의 '매번 강연때 하는 에피소드를 어떻게 만드냐'는 물음에 김창옥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전에는 작살을 가지고 물고기를 찾아다니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에는 바다에 통발을 치고 기다립니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작살과 통발은 정확히 기억난다. 초반에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통발에 물고기가 걸린 것으로 글을 써서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작살을 가지고 먹잇감을 찾으려는 나를 보게 된다. 단순히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꾸준히 글을 오랫동안 쓸 수 있다. 책을 내보고 싶은 거창함보다 단순히 글 쓰는 행위를 즐기고 싶은 '작가'가 되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니까 나도 작가이다. 



 계속 쓰면 힘이 된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글쓰기는 나의 삶에 원동력 중에 제일 강한 힘이 되고 있다. 나의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구독까지 해주시는 많은 독자님들 덕분에 나의 글이 세상과 만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내용의 글을 쓰고 다양한 주제의 글을 읽어가면서 나의 40대 인생을 더욱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멀리서 서울까지 오느라 고생했지만 글감 캘린더도 직접 눈으로 보고 마인드 맵도 하나하나 정성껏 직접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출간까지 한 유명 작가님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니 내가 글을 쓰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는 사실이 감동스러웠다. 작가의 여정 마지막 문구가 나를 응원하는 것처럼 느껴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꼭 받고 싶었던 브런치스토리 마우스패드는 너무 늦게 가서 받지 못했지만 대신 앞으로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응원과 격려를 많이 받아왔다. 이 기운으로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 글을 써야지!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하는 모두가 자기 삶의 작가입니다.
    당신의 '작가의 여정'을 브런치스토리가 응원합니다. - 작가의 여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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