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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06. 2024

여름, 유난히 뜨거운 나의 여름

뜨거운 해가 나를 화장하는 것 같다.

내 육신은 타들어가는 것 같다.


목덜미가 까맣게 그을려서, 마치 잿가루를 발라놓은 것 같다.


열기가 얼마나 더운지, 창밖에 꽃나무 가지가 도로로 축 쳐져간다.

가만 지켜보고 있자니, 잎사귀들이 밝게 푸르고 

노랗게 익어가는 것처럼 색이 달라지는 것 같다.


숲도 더워하는구나, 쟤들도 쳐지는구나


속에서도 뜨거운 감정이 몰아치느라

나는 식도가 따끔거리듯,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는 듯, 매 순간 그 열기에 화상 입고 있는데

세상도 참 뜨겁다.


난 내 속이 지옥같이 덥구나~ 했는데

그냥 내 마음도 여름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늘을 마련하지 못한 여름.


시원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우리가 여름을 견디기 위해 하는 것들을

내 마음에도 해줘야겠다 싶었다.

화병 걸려 죽겠다는 말도, 열사병 걸리겠다는 말도 언뜻 비슷해 보인다.


마음이 참 가난해서, 나는 내 마음속에 에어컨도 사주지 못했고

부채질이나 선풍기도 마련해주지 못했나 보다

아이스크림과 얼음물, 시원한 냉커피와 파라솔, 죽부인과 빙수, 화채

이런 것들을 해줬어야 했는데 

너무 마음이 가난해서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못해서 

이렇게 열상을 입고 숨 막혀하는 것일지도 몰라


이렇게 느끼게 된 것은

뜨거운 여름에 태어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로 배넷저고리에 말려있던 내가

매년 돌아오는 생일에 타인이 넣어주는 선물로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임을 올해 알게 되어서, 그래서 느낀 것 같다.


나는 마련해주지 못한 달콤하고 시원한 주스 한잔과 

화채를 먹는 듯한 그런 기분,

마음이 안정되고 마구 솟구치던 뜨거운 분노가 잠잠해지는 느낌은

타인의 사랑, 그 이하라도 좋은 관심과 1년에 1번 들여다보는 조그마한 성의 때문이다.


사람 마음은 참 날씨와도 같아서,

시시콜콜 변해가고 지 마음대로 이랬다 저랬다 한다.


너무 뜨거운 여름을 보내던 나는

메말라 갈라지고 타오르는 공기 속에 숨 막혀 기절할 것 같을 때

그 작은 성의로 살아나곤 하는 것이다.


마음이 참 가난하다.

타인이 아니었다면, 끝내 타올라 잿더미가 되었을 나의 마음

이런 마음을 식혀줄 수 있는 성의를 받는다는 게


미안하다. 고맙단 말보다 미안하단 말이 나온다는 것의 의미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열심히 적어보자면

그 베풂에 대한 감사를 느끼면서 나의 무언가를 부족이라 여기고 되려 그 베풂에 죄책감을 가지는 그런 의미

고마움을 넘어선 의미 


나의 불완전한 내면을 단단히 묶어주고

튼튼히 쌓아 올릴 기반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기쁨과 

내가 그만큼 보답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불안


-


뜨거운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려

유난히 습해지는 이번 여름은

안 그래도 더운 마음을 밖에서 더 덥게 하니

속이고 밖이고 다 뜨겁다.


한숨을 쉴 때마다 열기를 토해내는 것 같다.

이런 거 보면, 속이 더 뜨거운 게 맞나 보다. 열기를 밖으로 토해내니까


건물 안에서 보는 바깥풍경은 참 예쁘지만,

저곳으로 가고 싶지 않은 명확한 마음,

가지고 싶지만 다가가고 싶지 않은 모순 같은 이상함


올여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이대로 올여름을 뜨겁게 보내는 내가 안쓰럽기만 하다.


콧구멍으로 터저나 오는 뜨거운 숨을 느끼면서

내가 쥔 얼음의 냉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몇 달 뒤 찾아올 겨울에는 또 차가워진 마음에 난방을 해주지 못해서

이 열기가 그리울 것이 뻔하니까


가난함에 죽어가지 말자, 방향을 잡자

그렇게 웅크려 본다. 죽음 대신 죽음같은 잠,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열기를 잊게하는 추억을 낚시해보자 

저 많은 물고기들 마다 각자 다른 추억을 머금고 있으니까

얼마나 걸리든, 오랫동안 낚이길 기다려볼까 


많이도 모아놓은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

열기에 지쳐 지친 나의 기운을 달랜다.

낚을게 많이도 남았다.

나쁜 기억도 낚이지만, 낚을게 아직 풍족하다.

유난히 뜨거우니까, 더 많이 낚아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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