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불안은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나를 어느순간 파괴하고 있었고, 어떤 우울은 자연스럽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사람을 집어삼키는데 있어 그런 것들에게는 굉장한것이 필요하지 않나보다. 나도 모르게 찾아와 어느순간 너무 방대하게 안고있던 이 우울과 불안을 보며 혼란스럽기만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원고에 무작정 지우개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혼란이다. 차근히 읽어보지도, 수정하지도 못하게 세로나 가로 할 것 없이 무작정 갈긴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워지지도 않고 잘 읽히지도 않게 구석구석 사라진 글자들로 혼돈이 온다. 무기력하고 더 이상 무언가를 할 만한 상태가 아니다. 원고를 구기거나 찢어 버릴 수 밖에, 그렇게 내 맘을 버릴 수 없기에 나는 어쩔 줄 몰라 멈추어 있다.
글을 버릴 수 없었다. 닮은 듯 분명 어딘가 다른 글들이 수차례 반복되어 작성되었지만 그 비슷함의 더미 그 안에 허우적거려 무엇 하나 버리질 못하면서말이다. 헤쳐내어 나라는 정체성과 나의 바람들을 속속히 건져내지도 못하게끔 막연한 이 글자의 사막에서 나는 무엇을 찾아 헤메이고 있는것인지 어느순간, 잊어버렸다.
가고자 하고, 찾고자 하고, 하고자 한 것들을 위해 내 손으로 빚어낸 이 사막에 내 스스로가 빠졌다. 어느순간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곳에 정처없이 헤머이는지는 물론이거니와, 무엇이라도 하기 위해 퍼석거리듯한 이 사막에 한 발 내딛을 때 마다 내 목적지를 점차 잃어가는 듯 하다. 하루에도 수 없이 뜨거웠다 차가웠다 태도를 바꾸는, 망망대해보다 더 막연하며 움직이지 않으나 헤엄치기에 너무나 무겁고 쏟아지면 다신 나올 수 없는 모래의 파도속을 아슬아슬 거닐고 있다.
똑같은 풍경은 절망인가, 희망인가, 평안인가? 그것은 나애게 달린 것인가, 그 마저도 모를 퍼석함에 열상과 동상을 입어가며, 같은 고통에 무뎌져 돌덩이 하나 밟으면 무어라도 찾은 것 같을 이 고비, 고해일까
두손 가득모아 쥐면 스르륵 내려가는 수 많은 생각과 글들, 내 손가락 사이로 흩어져 또 다시 섞이는데 어떤 모양을 만들어야 할까, 바닷가로 가고싶다.
이 수 많은 모래들로 모래성을 쌓고싶다.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소재야 이렇게 감당하지 못하리만큼 쌓여가지만 정작 자기모양이라도 만들 수 있는, 나의 이 수 많은 모래들을 뭉칠 수 있는, 덩어리지게 하는 본능적인 그 무언가는 아무것도 없는데, 이별하고 단단히 뭉쳐 굳은 모래성은 이미 다른 바람에 쓸리고 세상의 온갖풍파를 겪어 또 다른 모래들로 흩어졌다.
오늘은 이만, 불안과 헤어지고싶다만, 적고보니 나는 또 인정욕구에 목을 메고 애정의 결핍에 고통보다 더 고통같은 허망함에 견디질 못한다
해답은 이후의 일이다
내게지금 필요한 건, 그냥 나 스스로라도 나를 좀 더 알아주려고 증명하려고 하는 안타까움, 그 불쌍함을 어여삐여겨 스스로 들어라도 주는 것 뿐.
이렇게 써내리는 또 하나의 어떤 기록이 하루를 더 연명하게 한다.
그래도, 오늘은 그만해야겠다. 스스로라는 여러명의 나를 위해서 일단 다시 빠져나오고, 이 스며든 불안을 스펀치마냥 머금더라도 오늘을 더 견딜 수 밖에
그렇게라도 적다보니 회피하고프니 우울하게도 어리석다해도 내가 태어날 필요가 없는 존재가 아니었나 해도, 그래도 난 브레이크를 걸고 잠시 멈춰야 또 살기위해 이어 적겠지, 이 누구보다 안타깝고 의미없고 파괴적인 글을,
점차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를 방향을 잃은 이 엉망인 글 조차 내겐 눈물나게 아깝고 소중한 오늘의 내가 살아있음에 증명이니
모르겠으나 브레이크를 걸고 살아보려 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