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모양세를 가지고 있고
사람마다 그 조합이 달라
퍼즐같기도 찰떡같기도
때로 흉기가 되기도 한다
좀 다른 모양세의 둘이 만나
서로를 빚고 갈며
모양세를 맞춰가고
서로의 짝꿍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은
별 것 아닌 말 한마디와
별 것 아닌 태도 한 번과
별 것 아닌 행동 한 번으로
서로를 연약하게 하고
서로를 조각나게 하고
서로를 부수기도 하고
서로를 숫돌로 만들기도 한다
나의 말이 숫돌이 되어
너를 날카롭게 갈아가고
너의 말이 숫돌이 되어
나를 칼날로 만들어 간다
날카롭게 날카롭게
누가누가 더 날카롭나 대결하는 듯
서로를 더 날카롭게 갈아가는것은
서로인데
내가 날카롭게 갈아버린
너라는 칼날에 베이는 것은 나
니가 무섭도록 갈아버린
나라는 칼날에 찔려버리는 것은 너
예쁜 모양이 아니더라도
우리 퍼즐처럼 서로를 감싸주기로 했는데
갈아갈아 내가 만든 칼날이 나를 겨루고
베여 베여 베일 마음도 점점 모자라진다
찌르고 베길 반복할 때는 모르지
상대가 다 조각나고 남아나질 않게
날카로이 베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칼날이 되었고
잔뜩 베이고 찔려
온전치 못한 너 아니면 나만 남을 뿐
우리는 무언가를 베는 칼이 되었을 뿐
그 숫돌질을 멈추기만 했다면,
멍청하게 제 가슴 찌를 칼날을 갈기만 한 우리
맞지 않는 모양의 철덩이, 돌덩이 시절엔
그래도 우리 서로를 베진 않았는데
그래도 우리 서로를 의지할 순 있었는데
이젠 기대면 생선마냥 썰린다
근데 이미 날카로이 갈린 칼날은
베이지 않게 칼날을 무디게 쳐대도
칼이 되기 전으로는
돌아갈 방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