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참고 가라앉아보아요
눈을 감고 목을 편희 겨눠요
팔을 벌려 힘을 빼봐요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느껴보아요
점점 히미해지는 빛을 향해 팔을 벌려요
점점 짙어지는 어둠속으로 포근히 내려 누워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없는
어둠속으로 안겨들어가요
포근한 어둠속에서
편안히 숨을 뱉어요
천천히 가라앉는 몸은
공허속에 포근히 안겨요
찬찬히 눈을 떠도 감은 듯 어둡고
옆으로 시선을 옮겨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팔을 위로 올려도 다리를 벌려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한 뼘도 남김없이 이 어둠에 감싸져
조금도 남김없이 안겨보아요
누구보다 나를 꽉 안아주는 어둠속으로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떻게 입고 있든
무슨 표정으로 무엇을 안해도
날 뱉어내지 않는 어둠속을 유영해요
숨쉬며 사느라 지쳐버린 영혼에
잠시 제동을 걸고
남은 숨을 다 뱉어 떠나보내요
뼛속까지 불타버린 잿더미와 함께
활활 타오르고
축축 젖어버리고
바스라질 감정들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렸거든요
괜찮냐는 질문도 아프고
질책맞는 질문도 힘들지만
숨쉬지 않고 잠수하는 동안은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아요
쨍한 해 아래에선 참 춥고
아무리 껴입어도 벌거벗겨진 것 보다 못했는데
눈 떠도 감은 듯 한 어둠속은
너무나 포근하고 따듯합니다
태어나기 전 처럼
엄마의 뱃속에서 처럼
편안히 잠수를 해보아요
나를 지켜주는 이 어둠으로 부터
빛을 보기 전까지
이 어두운 공허속에서
나 정말 충분히
돌봄과 사랑을 받을 거에요
사랑은요, 별 거 없거든요
가끔은요
응원보다도 한 마디 아끼는게
더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돌봄은요, 참 쉽거든요
침묵속에서 안전함을 느껴요
가끔은 아무런 시선도 받지 않는게
더 고마울 때가 있거든요
상처는요, 잘 아물어요
좀 긁힌 상처들은요
소독하지도, 약 바르지 않고도
말끔히 낫기도 하거든요
내가 녹아내릴 만큼 밝게 빛을 쬐지 말아요
내게 상처보다 아픈 치료를 하지 말아요
내가 숨쉬지 못할 만큼 목도리를 메지 말아요
나의 심장이 재가 될 때까지 불을 지피지 말아요
잠시만 쉬고 올게요
편안히 잠수하여 이 깊은 어둠속에 빠져있을게요
곧 다시 올라올 수 있을거에요
새로운 숨이 필요해지면 이 잠수는 끝날거에요
동화속의 인어공주처럼
바닷속에 잠긴 보물선처럼
나는 숨쉬기 위해 숨을 참아요
그러니 그대는 마음껏 숨을 쉬세요
그래도 나를 잊진 마세요
그대 잠수를 하게 되는 날
그대 어둠속에 잡혀먹히게 되는 날
그대 숨막혀 발버둥 치게 되는 날
내가 이 어둠속으로 그대를 숨기고
다시 세상속으로 그대를 끌어올려 줄테니
걱정말고 숨쉬고
걱정말고 잠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