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산만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사는 나는 몸에 모르는 멍이나 상처가 많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면, 찍히고 베이는 것은 그냥 소리 한 번 지르고 넘어가버린다. 그러니 손에도 다리에도 흉이 많다.
그런 흉이나 상처는 그 당시에는 잘 외면하면서, 예쁜 옷을 입거나 잘 보일 자리에서는 외면하지 못하게 된다. 그때 외면하지 않았으면 흉까지 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어릴 때는 엄마 손이 예쁘고 재주가 많으면 예쁜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말에 많이 속상했었다. 손도 예쁘지 않고, 손톱을 뜯는 버릇으로 뭉툭한 손가락 끝이 참 싫었다. 게다가 알바를 많이 하고부터는 손이 거칠고 주름이 자글거려 안 그래도 털까지 많은데 너무너무 부끄럽고 싫었다.
그러면서 네일을 하고 어렵사리 손톱을 기르며 손을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했었다. 내 노동의 대가라며 자랑스러워하기에는 나는 내가 만족할 만큼 이룬 것도 없었다. 손바닥은 넓은데 비해 짧고 굵은 손가락, 영 못생긴 편은 아니라는 말 듣고, 너 정도면 예쁘다는 말 들어도 정말 예쁜 손을 보면 그 손에 반지가 껴 있던 화려한 네일을 하던 그런 건 안중에 보이지도 않았다.
다리에 잦았던 멍자국도, 출근하다 넘어져서 다 까진 무릎의 상처도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현시점에서 3년 가까이 다닌 회사에 다니며 출근길에만 3번을 넘어져 3번이나 무릎이 까져 큰 상처가 났었는데, 대충 처치만 해주고 내버려두었더니 흉이 졌다. 출근길에 집 앞에서 넘어져 손바닥과 무릎이 크게 까졌는데, 바지가 찢어졌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상처를 외면했던 흉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체비만에 어릴 때부터 많은 흉이 콤플렉스라 짧은 치마나 바지는 입지 않기 때문에 햇빛을 받지 않아 흉이 많이 짙지는 않지만, 지금 보니 확실히 남았다. 그리고 강아지 발톱에 긁혀 잡힌 딱지, 길가 물체에 정강이가 찢긴 자국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내 상처를 좀 더 돌보았으면 이 흉들이 더 옅게 남거나 없었을 텐데 괜스레 미안하다.
외면이라는 단어를 골라 상처에 풀어내 쓰게 된 것은, 지금 내 왼손에 2개의 상처가 나 있음에도 어떠한 연고도 소독도 해주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둔 스스로에게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닌가 싶은 찰나의 마음 때문이다.
저녁에 강아지가 오리 도가니 말린 것을 부숴달라는 듯 낑낑대기에 손아귀로 부수다가 손바닥 손금 생명선 1/4이 위에서부터 그 모양을 따라 쭉 찢어졌다.
꽤 아팠고 피도 좀 났지만 소독도 안 하고 피가 멎자 잠들었다. 아침에는 그 부분에 최대한 물이 닿지 않도록 대충 씻어 출근했다. 그러다 오전에 엄지손톱 아래 1cm 좀 더 길게 종이에 베여 신경질이 났다. 하지만 피는 많이 안 나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손 안팎이 다 피딱지가 져 있는데 신경도 안 쓰고 지금 키보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손금에 맞춰 찢어졌다는 것은, 손금이 접힌 자국이기에 관절과 같이 피부가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부위라는 뜻이다. 그러니 하루 종일 틈틈이 욱신거린다. 심지어 종이에 벤 엄지 아래쪽은 손가락 관절을 타고 찢어져 엄지의 푸르고 커다란 혈관 옆에 쌍둥이처럼 상처가 나 있다. 그러나 외면이 된다.
외면이 됨에 마음이 안 좋다. 내 몸이라 너무 외면하고 신경 써주지 않았던 것일까 싶다. 지금 손에 난 상처보다 중요한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적절히 소독하고 흉 지지 않고, 물들어가 따갑지 않게 처치해야 할 상처는 외면하는 나 스스로가 이젠 회피하는 것인가 싶다. 그러니 온몸이 흉터투성이지, 외면하면 덧나거나 흉 지거나 둘 중 하나니까 말이다.
다리가 예쁜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고 예뻐서 눈이 갔다. 손이 예쁜 사람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 눈이 갔다. 그런데 난 왜 나 스스로 흉 지고 있는 것은 외면했을까. 더 예쁜 것을 갈망하고 부러워하면서 나 스스로 가진 것은 흉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이상함을 이제야 느낀다.
타인의 아름다움에 빠지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스스로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잘못이고, 타인의 아름다움을 부러워하며 스스로의 상처를 돌보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며 흉터의 카르마를 남기는 일이다.
집에 가면 깨끗이 소독해 주고 습윤밴드를 잘라 붙여주어야겠다.
내 몸을 돌보지 않았으니, 내 정신과 마음은 더 흉터투성이겠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눈으로 보고 신경 써줄 수 있는 이 흉들이니 우선 이것부터 돌보아야겠다. 그러고 나면 내 내면도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고 아름다움을 바라고 부러워하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다.
깨끗한 유리 진열대 안에 보석을 넣어야만 제대로 그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가치를 알아야만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더럽혀지고 상처 입고 아무렇게나 굴러다니지 않게 외면하지 말아야만 또 다른 가치를 더 아름답게 바라볼 기회가 오겠지, 그 더 큰 아름다움을 기대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