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햇살이 내리쬐면, 특히 이런 가을 날씨에는 시원한 바람과 하모니를 이루어 덧 없이 기분 좋은 맑은 날이 되겠지만 아침에는 일교차로 인해 얼마나 두꺼운 외투를 챙길지 가늠이 안가는 경우가 있다.
출근길, 묘하게 어둡고 쌀쌀한 체감온도에 화들짝 놀라지만, 마땅히 입을 못이 없다는 느낌에 짜증은 팍 나고, 핸드폰의 시간은 시와 분이 아닌, 분과 초 처럼 빠르게 지나는 것 같을 때 스트레스 지수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간다. 기온이나 이렇게 좀 올라가주지, 도데체가 11월의 날씨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해가 나면 괜히 미워진다. 기분좋은 아침의 시작을 위해, 해가 좀 일찍부터 났으면 좋겠다. 그치만 겨울이 되면 밤이길고 해가 짧아지니 쩔 수 없겠다만, 일교차는 좀 너무한거 아닌가 싶다. 손과 발 끝이 움츠려드는 아침의 냉기와 얼음물을 받고 있는 점심의 열기, 잔디에 눞고싶은 오후의 온기와 이불속에 파고드는 저녁의 한기는 가을 하루안에 4계절을 다 포함하는 것 마냥, 4계절의 나라를 반나절마다 여행다니는 것 마냥 정신없게 한다.
스웨덴인지 스위스인지 어느 유럽 변방의 나라에는 점심에 낮잠시간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2시간 정도를 낮잠으로 보내고 오후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나에게 그 여유가 주어진다면 오늘만큼은 햇살에 쓰다듬어 지고 싶다. 차 뒷자석에서 돗자리를 꺼내어 회사 앞 잔디에 펼쳐놓고 얼굴에 모자를 올린 채 낮잠에 빠지고 싶다.
그러나 빨리빨리 민족의 한국인 답게, 나는 또 글을 쓰거나 할 일에 몰두하고 햇살의 여유를 만끽하는 기쁨은 뒷전에 미루게 되겠지.
아무리 내게 낮잠시간이 주어저도 난 소용없을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일을 잠시 내려둘 재주가 없으니 그들처럼 온전하게 그 여유를 즐기지 못할 것 같다.
햇살 하나가 밉다가도, 내가 그 햇살의 쓰다듬도 온전히 누릴 재주가 없음을 알게 되니, 괜스례 나의 짜증과 썩은 분노로 뿜어낸 화풀이를 죄 없는 햇살에게 뱉어낸 듯 싶다. 언제든지 언제라도 최선을 다해 세상을 쓰다듬는 해의 부지런함 덕에, 내가 주말에 밍기적 늦잠을 자며 새로 키우기 시작한 식물의 짙은 푸른색 잎사귀에 코를 가져다 댈 수 있던 것인데 말이다.
밖을 보니 해가 져 노을이 베어든다. 베이지색 건물을 잠재우듯 어둠이 깔리는 잔잔한 속도에 맞추어 진한 노을색에서 점점 어둡게 색이 베는 건물의 모습에서 고요함을 느낀다. 내일은 나의 변덕을 일교차 탓으로 돌리지 말도록 해야겠다. 내일은 햇살이 피는 시간이 몇시인지 기록해두는 행복하고 소소한 재미를 목표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극한의 자기최면적 긍정일지 모르겠지만 난 그저 짜증대신 햇살을 사랑하는 또 다른 법을 익히는 것이라 생각하려 하며, 11월 5일 노을이 다 진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