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 눈물을 베풀게 하소서
내 당신 비를 맞으신 줄 알았어
스스로 흘린 눈물에 축축히 젖으신줄 알았어
비 맞은 것 같이 축 처진 어깨를
톡 손으로 감싸니 차갑고 곱게 녹는 눈발
아니구나, 보도랍게 으스러지는 잿가루
고생하셨소 고생하셨네만
축축히 젖은 마음보다 무거울
그대 다 소화하지 못해 불타버린 엉겁의 추억들
그리고 영겁의 푸르고도 누렇고도 고독하던 향기들
다 같은 재가되고 탄내되어 흐스러지는 것을 보셨소
모두가 불꽃안에 평등하니 눈물이 나기도 전에
내 동료 그대들을 먹고 난 배설물 같은 재가
이 봄 붉게 핀 커다란 꽃
그 끝나지 않을 탄내의 꽃가루처럼 휘갈겨져
가벼히 내려앉음에도 그대 어깨는 무너지고 말지
애석히도 그대 볼에 내리는것이
땀이신지 소방하신 눈물이신지
우리 맘에 비칠 여유도 없으시지
이 죄를 사면하시고 눈물로써 잿더미를 소방하시어
무너지고 주저앉은 무릎에
더 이상 붉은 피가 타오르지 않게 해주시오
하늘아,
꽁꽁 감춰둔 죄 많은 빗방울을 소방하시어
죄를 죄로 씻게 해주어라
맑고 푸르른 숲을 다시 돌려주어
잠시라도 잊게 하라
죄인의 눈물을 풀어 봄 밤 활짝 피어 지지 않을
그 불꽃을 잠재우고
잿더미에 눌러붙고 짓눌려진 어깨를
자유로히 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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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疏放)하신 눈물로 화마의 춤을 지게 하소서
그 화마의 무용을 잠재우소서
그 치열한 무용을 인정하소서
그 허탈한 무용을 끌어안아 위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