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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Oct 06. 2024

사회인은 어떤 걸 말하는 것일까

내가 있는 곳이 내 자리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파도속이 잘못된걸까

요즘 한 가정에 한 자녀만 낳아 제대로 키우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나 때부터 그랬을 수도 있다. 한때 정책이 그랬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두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지만, 이제는 그 두 사람을 내가 보살피고 책임져야 할 입장이다. 그들의 능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식으로서의 도리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명절이나 평소 이웃사촌들이 진절머리 나는 자랑과 칭찬, 기대를 늘어놓는다. 우리는 "대단한 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을 자연스럽게 받는다.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잔소리들은 부모와 학교, 이웃, 사회를 통해 끝없이 쏟아진다. 그러나 이건 단지 주변 사람들의 잔소리만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도 느끼는 압박이기도 하다.


SNS를 보면 타인의 성공을 보며 느껴지는 부담과 열등감이 폭발한다. 모두가 그런 감정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신념과 정직보다는 부와 지식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에서는, 같은 선상에 서기조차 어려운 듯하다. 나는 어릴 때 자유롭게 자라 학업적인 스트레스를 거의 느끼지 않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약간의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정직과 건강을 중요시하셨다. 나는 몸이 건강하지는 못했지만, 부모님은 학업이나 성적에 대해서는 나를 질책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런 것들에 크게 관심이 없으셨다. 반면, 사촌들은 달랐다. 그들은 명예와 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녀들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그중에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여 성공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은 항상 나를 찔러대곤 했다. 그들은 진심으로 나를 지지해주지는 않았고, 오히려 명예나 돈 욕심이 없는 나를 사회에서 이미 실패한 사람처럼 여겼다. 아마 우리 아빠가 보는 앞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겠지만, 집안 어른들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나는 이런 사회적 압박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도전을 많이 하라는 말은 좋지만, 성공의 기준을 "좋은 곳에 들어가는 것"으로 한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누가 나를 압박하는지 모르겠다고들 하지만, 사실 나 자신부터 나를 압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문직이나 현장직에 대한 대우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나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하나의 꼭짓점을 향해 경쟁하고 있는 것 같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있는데 우리는 달밖에 보지 못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더 많은 별을 보아야 하고, 그 별을 보는 사람들을 비웃거나 특이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각자가 보는 별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가치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이제 2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누군가는 철들었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아직 어리다고 할 나이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 아직 사회화가 덜 되었다고 느낀다.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실례를 저지를 때가 많다. 이제는 사회 초년생이라고 하기엔 짬이 찼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사실 나는 아직 신입으로 있고 싶은 마음이다.


어릴 때는 사회인으로서 인정받는 것이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현실은 그때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사회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덜 부담스럽고,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무겁고, 세상에 나가면 항상 쪼여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취준생들에게는 이런 고민조차 사치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나는 제대로 된 취준 생활을 한 적이 없다. 대학 추천으로 취업했기 때문이다. 대학 추천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회사로 간다면 축복이겠지만, 대부분 추천받아 가는 회사는 학생들이 꿈꾸는 곳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래도 취업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배울 것이 많았고, 내 부족함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군무원을 준비하다가 취업을 선택했다. 공부하면서도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공부하면 할수록 내 무지함에 절망하게 되었고,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연필을 쥘 때마다 불안감이 토사물처럼 올라왔다. 결국 취업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졸업까지 마치고 연차도 쌓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사실 사회에 완전히 합류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돈이 필요하니까, 남들처럼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휴학도 했고, 졸업 유예도 고민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더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사회는 준비될 때 뛰어들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걸 그때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어떨까? 나는 이미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사회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혼 생각도 없고, 책임질 반려견이 없었으면 사직서를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만족스러운 직장은 아니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하고 싶은 게 많고, 자금도 모아 잘 즐기고 싶다. 나 하나 책임지기도 버거운 사회에서 직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취업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볍게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직장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물론 아르바이트만 한다고 해서 사회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취업이 정답은 아니다.


나는 그저 아직 책임질 것이 많아서 그만두지 못하는 것뿐이다. 아르바이트는 책임이 덜하고, 시간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물론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그만큼의 책임을 덜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어쩌면 그만두고 싶어하는 것일지 모른다.


사회에서 실패했다는 느낌이 끊임없이 따라온다. 이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면 발을 내디뎌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그러나 그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에 속하고 휩쓸려도 나는 나로서 온전히 잘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내가 있는 곳이 내 자리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불안함도 결국 내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사회인이고 아니고를 함부로 정하는 못된 심보에 기죽지 않으려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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