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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29. 2024

악동에게

파도속의 매미, 나의 ADHD에게

 

이 악동이 동반하는 최고의 부작용 중 하나는 내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하여 식욕부진이다.


원래 나는 가리는 것은 없으나 입이 짧고 음식을 잘 물려하며 신경이 곤두서있는 날이 많아, 위장이 좋지 않다. 근데 이 약을 먹으면 점심을 제대로 못 먹는다. 

식욕이 없는 것을 넘어서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나는 음식 자체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심리적인 부담도 있을 것이지만, 안 그래도 잘 안 먹는데, 스트레스에 민감하니 더 안 먹는다.


이 약을 집에서 뒹굴거릴 때는 먹지 않는데 그때는 또 과하게 먹는다. 이런 생활은 몸에 좋지 않지만 천천히 개선해나가고 있다. 그래도 완전히 개선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부작용이 성인이라면 다이어트에는 좋겠다 생각하고 건강관리만 잘 하면 되겠다 싶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아니라고 한다.


어린아이들은 원초적 본능과 욕구에 따라 그 의사가 명확하여 고집을 부리기도 하니까, 이 약을 먹으면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한다고.


나는 이 약을 먹고 있을 뿐이고, 다른 종류의 약은 먹어본 적이 없으나, 그 약에도 이런 부작용이 존재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어느 논문에서 말하기를, 어린 아이일 때 치료하는 것은 완치의 가능성이 있으나 성인으로서는 어렵다고 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나, 내가 이해해본 결과 이 병이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그러니까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물질이 고루 나오지 않아 생기는 병이라고 아는데, 뇌도 같이 성장하는 성장기 아이들은 치료를 하면 완치 가능성이 있으나 뇌가 이미 성장을 끝내버린 성인은 완치가 힘들다는 말이라고 받아들였다.


간혹 성인이 되어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신경이 매우 과민하여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는 터라 이게 원인이 되어 더 감정이 요동치니, 아무래도 나아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몇 년간 느끼기에 이 악동과 평생 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생각보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악동의 존재가 매우 거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내가 심각했구나 생각하며 객관화가 되지 않았던 지난날을 회상해보고는 한다.


세상과 단절되어 세상을 사는 사람. 나는 내가 어떻게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쓴 글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으니 조금은 남들과 가까워진 기분이다.


나는 이 악동과 평생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친해져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과감하고 충동성을 동반한 도전적인 자세와 기본적으로 타고난 극단적으로 밝고 (물론 우울도 마찬가지다) 긍정적인 성향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이것을 잘 이용해보려고 조율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내 나이 20대 중반에, 30살 넘기기 전에 많이 실수해보고 어리니까 용서받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로만 정말 많이 넘어지고 부숴져볼 것이다. 

실수하고 수습하고 방법을 찾고 포기와 재도전, 다른 방식을 강구하면서 나의 악동에게 방해받는 삶이 아닌, 나의 악동에게 도움받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말이다. 객기가 되는 고집스러운 용기도, 망상이 되는 깊은 생각들도 말이다.


우리 악동에게 장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갑자기 생각해보건데 비교적 생각을 유연하게 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악동과 함께 살아온 평생, 학업에 제대로 집중하기도 어려웠고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창작과 생각을 비트는 것은 남들만큼, 어쩌면 평균 이상으로 잘 한다.


초등학생 때, 친구 할아버님께서 나에게 참 잔머리가 잘 굴러간다고 머리가 좋다고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이런 기억이 오래 남는 거 보면 행복했던 기억인가 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나는, 행복한 것도 잘 기억하나 보다. 뭐 잠시 주제에서 벗어났지만, 우리 악동은 그렇게 생각을 비틀 줄 아는 유연함을 조금 선사해줬다.


또 어지럽고 폭발하는 생각 덕에 어떠한 방법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곤 한다. 아마 내가 제대로 코칭받고 교육받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교육받았더라면 꽤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지.


그리고 특유의 고집이 있다. 하고 싶은 걸 끝까지 해내고 찾아내는 과집중과 집착도 이 악동이 원인이 된다. 비중이 크다. 가끔은 의외로 포기가 빠른 것도 좋다. 바로 다른 걸 시도하는 대담함도 좋다.

기억나지 않을 뿐, 단점만큼 장점도 많은 병이다. 

나무가 대지로 뿌리를 무서울 정도로 넓게 내듯이, 마인드맵이 무섭게 분열하듯이, 내 생각은 그런 식으로 폭발하듯이 넘쳐난다. 그것을 장점으로 바꿔볼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이용해주려고 아주 노력할 것이다.


이 악동 덕에 논문 찾는 재미도 느꼈고, 지금 이렇게 글도 쓰고 있지 않은가. 아마 마냥 나를 괴롭히고 싶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마 아닐 거다.


오랫동안 공존할 것이라면, 그래야 할 수밖에 없다면 절망할 시간이 아까우니 잘 이용해먹어볼 방법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학교와 직장, 친구 사이들 등 그 어떤 사회 집단에서도 엉뚱하거나 아쉬운 결과를 많이 만들어냈지만, 모든 나의 잘못을 이 악동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듯이, 그렇다고 내 잘못 모두가 이 악동의 잘못이 아니라고도 못 하는 것이니.


나와 하나로 보고 나를 그 자체로 보는 것이 나는 조금 괴롭다. 분리해서 보아야 악동 탓도 하고 칭찬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악동이라고 한다. 우리 악동은 순수악 같은 존재다.


앞으로도 너에게 할 말이 참 많다. 오늘은 그래도 에너지가 많이 줄었으니 이까지만 써보자. 악동, 늘 밉지만 재미있는 또 다른 나, 평생 함께 할 나의 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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