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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Mar 31. 2024

타인에 기대를 채우지 않는 것

#31 예술가 그리고 자기 객관화

한 학기가 모두 끝났다. 나의 브랜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도 끝이 났다.(아마 조금 더 수정해야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이번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한 고민은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할까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디자인을 할까이다. 디자인 수업은 피드백을 중점으로 하는 수업이다. 매 수업 과제물을 가지고 가면 교수님을 시작으로 같이 수업을 듣는 동기들이 나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나는 작업물을 다시 수정한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작업물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내 작업물인가? 아니면 교수님과 친구들의 작업물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 수정하면서 내가 만족하는 작업이 아닌 타인이 만족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만 아니라 모든 창작 활동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중요하다. 아무리 멋있고 가치 있는 작업물이어도 결국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에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 하는 작업이 과연 내 작업물이 맞을까?     



최종 작업물을 만족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4개월 동안 매주 수정을 하면서 만든 포트폴리오기 때문에 만족한다. 하지만 볼 때마다 내 작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 같다. 



우리는 살아가며 타인에 대해 많이 의식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옷차림부터 시작해서 말이나 행동까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하여 노력한다. 특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 보다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나는 이러한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가 없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를 꿈꾸지만 나도 예술 작품을 좋아하고 보는 한 명의 사람이다. 관람객의 입장으로 생각했을 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작품들은 한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다른 작품들과의 차이점이다. 그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것 같다.



타인에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 만드는 작품들은 좋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는 것 같다.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대중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결국 사람이나 예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든 싫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하는 것 같다. 타인에 기대를 채우기 위하여 작품을 만들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잠시 그 순간에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사람은 남들과는 다른 맛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교수님은 나에게 자기 객관화를 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처음에는 그 이유에 대해 잘 몰랐다. 나는 타인에 기대를 채우기 위해 사는 삶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타인에 기대를 채우는 삶을 살지 않기 때문에 더 자기 객관화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것을 찾아야 한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에 기대를 채우지 않고는 살기 힘들다. 하지만 너무 타인에 기대를 채우기 위하여 사는 삶은 그 사람을 잃게 만드는 것 같다. 진짜 멋있는 사람은 잘생기거나 돈이 많거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볼 수 없는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타인에 기대를 채우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나에 대해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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