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때쯤. 어느 정도 우리의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을 때쯤 나는 너에게 연락했었던 것 같다. 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은 잃어버린 채 너도 나처럼 그리워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는 나와는 달랐다. 나에 대한 감정은 모두 지워버린 채 나의 그리움을 미련이고 집착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에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왜 나는 헤어졌는데 이렇게 쉽게 잊지 못할까? 사랑은 무엇이고 미련과 집착은 무엇일까? 수많은 물음표의 답을 내려준 것은 나의 마지막 학년이 시작되었을 때이다.
이별 후 시간은 정말 천천히 흘러갔다. 하지만 시곗바늘은 멈추지 않고 여전히 흘러갔다. 끝나지 않을 방학이 끝나고 4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4학년 1학기는 많은 것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내가 하는 일들이 잘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 일들이 많았으면 나를 떠나가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네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잘 지내는 척 연기했다.
그런데 힘든 일들이 겹치고 겹치며 항상 강하기만 했던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어느새 눈물이 없던 내가 길에서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지금 나 정말 힘들구나라는 것을 알게 외었다.
힘들 때 술에 잔뜩 취해서 너에게 한번 연락했던 것 같다. 너는 무시했지만 이해한다. 그리고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고 나의 힘듦에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조금은 나에게도 괜찮은 시기가 찾아오고 있는 건지 슬픈 영화를 봐도 잘 안 울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네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정말 힘들 때도 네가 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많이 지나고 이제는 힘들지도 않은데 왜 네가 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요즘은 다른 사람들과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좋다. 혼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좋은 날씨에 밤공기를 느끼며 산책하고 그런데 행복한 요즘 들어 더 자주 네 생각이 나는 것 같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너도 이 음식을 참 좋아할 텐데 라는 생각이 나고 재밌는 영화를 볼 때 같이 봤으면 너는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밤하늘이 정말 예쁠 때 너와 같이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이별은 사랑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우리가 함께 있을 때는 잘 몰랐었다. 그런데 헤어지고 힘들 때 보다 기쁠 때 너를 떠올리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가 내 옆에 있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너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것 같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던 내가 정말 찌질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때의 내 감정은 그랬던 것 같다. 너의 행복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나의 행복이었고 그것이 나의 사랑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