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이별을 극복하는 이야기
헤어지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학 그리고 연말, 연초라는 시기에 갑자기 혼자 남겨진 나는 방황하고 있다. 나는 원래 혼자였다. 잠시 운이 좋아서 나의 곁에 소중한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있었을 뿐 나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나는 원래 같이 보다는 혼자를 조금 더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약속이 없으면 대부분 집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봤고 주말이면 혼자 밖에서 산책을 하고 밥을 먹고 전시회를 구경했다. 누구와 함께하는 것도 싫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조금 더 좋아했다.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고 나의 삶은 달라졌다. 항상 나의 옆에는 그분이 있어야 했다. 혼자 있는 것도 좋았지만 그분과 함께하는 하루가 너무 행복했고 혼자 있는 시간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며 그분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어느 순간 그분은 나에게 물과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살아가며 물은 반드시 마셔야 한다. 하지만 매일 먹지 않아도 자주 마시지 않아도 사실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의 몸에 물은 중요한 역할은 한다. 자주 먹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물을 많이 마시지 않으면 몸에서 물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자주 보낸다. 겉으로 티가 날 수도 있고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나의 일상을 가득 채운 그분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아니 매 시간마다 울려오는 휴대폰은 조용하기만 했고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할지 주말에는 무엇을 할지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보며 같이 무엇을 먹을지 더 이상 고민 할 수 없게 되었다.
매일 멍을 때리거나 슬퍼하거나 그리고 술을 마셨다. 이별 후 연락을 참았던 것도 아니다. 가끔 먼저 연락한 적도 있지만 그분의 반응은 없었다. 연락을 봐도 답장이 없었다. 한 달이 지나고 또 두 달이 지나갔고 방학도 어느새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을 보았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내가 아니었다.
이대로 지낼 수는 없었다. 지금 이렇게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만약 그분이 본다면 좋아할까? 나도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멋없고 형편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아지기 위하여 노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분과 만나기 전처럼 다시 혼자에 익숙해지기 위하여 혼자지만 밥도 잘 챙겨 먹고 책도 열심히 읽고 혼자서 여행을 가고 전시회나 영화를 보며 여가생활도 즐기기 시작했다. 방학이 끝나고 개강 후에도 나름 잘 지내려고 노력했고 잘 지내고 있었다.
어느새 거울을 보니 다시 옛날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오히려 예전 보다 조금 더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래 괜찮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을 뿐이야.”
나는 다시 혼자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 혼자였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정말 이제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분과 길에서 수업에서 만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의 소개팅 소식부터 즐겁게 잘 지내는 소식까지 여러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나의 마음은 찢어졌다. 그냥 외로워서 혼자가 되어서 힘든 것일까. 아니면 정말 그분이 너무 보고 싶어서 힘든 것일까. 단지 다시 혼자가 되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