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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Aug 11. 2024

누구를 좋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54 눈이 오던 밤

그녀가 집을 나가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고 아팠다. 아침에 잠에서 뒤척이며 언제나처럼 잘 잤어요?라는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잠에 들기 전에는 혹시나 새벽에 감성에 젖어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모두 착각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너무 긴 시간이었지만 나의 핸드폰은 조용하기만 했다.






나의 실수였다. 그분이 없어도 혼자 잘 지낼 수 있다는 착각이었고 사랑을 확인받기 위하여 이별을 이야기한 나의 멍청함이었다. 나는 그녀 없이 단 하루도 혼자 잘 지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별을 이야기 한 나는 바보였다.     



그날은 첫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내가 먼저 이별을 이야기했고 그녀 역시 받아들였다.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내가 한 말이었고 말에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따르기 때문에 쉽게 번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하늘과 땅은 하얗게 물들어 있었고 나의 마음도 하얀 하늘과 땅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차가워진 나의 마음은 나도 모르게 봄처럼 따뜻했던 그녀를 찾고 있었다.



전화를 받지 않을 것 같았다. 전화를 받더라도 이미 결정한 문제는 쉽게 번복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겁이 났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두려움에 감정보다 그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고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의 전화에 통화음이 채 들리기도 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을 하고 있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처럼 그녀 역시 나를 생각하고 있었고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나는 당장 그녀의 집으로 뛰어갔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우리의 관계가 더 단단해지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연락도 만남도 줄어들었고 그녀가 나를 보는 표정이나 대화에서 알 수 없는 어색함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헤어지고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색해서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녀는 너무 지쳤고 이별 후 다시 만나며 나를 좋아하는지 잘 몰랐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응원과 함께 또다시 헤어졌다.



그제야 나는 그녀의 어색한 표정과 말투가 미안함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헤어짐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녀는 울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나는 이별을 인정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힘든 일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도 받는 사람이 거절한다면 더 이상 사랑을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을 수는 있지만 이미 거절한 사람에게 더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에게도 상처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아직도 좋아하지만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아프다. 물론 이별이라는 선택을 한 그녀 역시 힘들 것이다. 그래서 너무 슬프다. 둘 다 아픈데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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