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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Aug 02. 2024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

#53 너가 없어서 남겨졌다.

길었던 한 학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날씨도 추워지고 눈이 올 것 같다. 종강만을 계속 기다렸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었다. 이제는 쉴 수 있을 것 같았고 힘든 일이 있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말.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했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사랑은 얼마나 지속되는 것일까? 그분과 만난 시간도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우리의 사랑은 타오를 때도 식어갈 때도 있었지만 불이 꺼진 적은 없었다. 그분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최근 우리는 많은 이유로 다투는 시간이 많아졌다. 흔한 연인들 간의 다툼이었고 금방 화해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지쳐있었고 그런 나 때문에 너도 지쳐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같이 술을 마시다 싸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는 화가 많이 났었고 너도 나와 같았다. 평소라면 한 명이 먼저 사과했겠지만 그날의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밤이 늦어 같이 잠에 들었지만, 아침에 그녀는 인사도 없이 짐을 챙겨 우리 집을 나갔다. 사실 내가 먼저 말했다. 헤어지자는 선택지를 상대방에게 말했던 이유는 헤어지자는 답변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별을 선택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미안하다는 사과와 사랑이었는데. 항상 먼저 사과했고 안아주었지만, 그날은 싫었다. 



나는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2년이라는 시간, 우리는 어렵게 지금까지의 사랑을 찾게 되었고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사랑을 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별은 평범했다. 우리의 사랑도 특별하지 않은 어느 연인들과 같은 평범한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에게 먼저 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내가 먼저 연락할 수도 없었다.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나라서. 



사실 나는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다.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최근에 많은 일들로 지쳐있었고 그래서 표현이 줄었을 수도 있지만 계속 너를 사랑하고 있었고 너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사랑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또 남겨졌다. 



나는 원래 혼자였다. 하지만 나의 삶에 네가 완전히 스며들었고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너는 하고 싶은 것도 정말 많았고 좋아하는 것도 많았는데 나 때문에 하지 못했겠지. 그래서 너는 그냥 너의 자리로 돌아갔겠지.






하지만 나의 삶은 이미 너로 물들었는데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는데 너는 또 나를 이렇게 만들고 떠나간다. 사랑이라 믿었고 네가 없어져서 나는 남겨진다. 밖에는 추운 바람이 불고 하늘에서는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겨울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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