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닐 때 더 아름다웠다

#2 A Flower is not a Flower - 류이치 사카모토

by 지민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연재 초반부터 가사가 없는 음악을 소개하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사실 걱정 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곡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반드시 가사를 통해서만 마음에 닿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말이 없어도,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음악은 바람처럼 우리 마음을 스쳐 지나간다.



오늘 소개할 곡은 음악가이자 예술가 류이치 사카모토(사카모토 류이치)님의 A Flower in not a Flower라는 피아노 곡이다.

“꽃이면서 꽃이 아니요, 안개이면서 안개가 아니어라.”

약 1000년 전 쓰여진 당나라 백거이의 시 <화비화>에서 영감을 받으신 선생님은 이 노래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으셨을까?



나는 패션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가장 싫어했다.

캐주얼, 빈티지, 모던…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무언가를 규정짓는 것을 좋아할까?

최근 패션에서는 새로운 스타일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스타일에 집착한 나머지 디자이너들은 이미 존재하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증거로 최근 패션들을 보면 자르고 붙이고 합치고 분해하는 것 외에는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보기가 너무 어렵다.

여러 브랜드들의 콜라보(협업) 역시 더 이상의 콘텐츠가 부족해진 패션계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한다.



꽃이지만 꽃이 아니라는 허무주의의 마음을 담은 백거이의 시처럼 사카모토 선생님의 곡 역시 알 수 없는 쓸쓸함과 허무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백거이의 시와 사카모토 선생님의 곡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늘 규정하고 증명하려 한다. 만약 규정하지 못해 증명에 실패한다면 대부분 버려진다.

꽃은 사실 따지고보면 아름답다라는 미적인 부분 외에는(짧은 생명력을 가졌고 그저 피었다 시드는) 실용적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특별한 날, 꽃을 선물하거나 받았을 때 가격이나 보관 방법이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은 공감하실 것 같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규정하고 증명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며,

알게모르게 우리는 규정에 집착하고 있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꽃은 생각해보면 쓸모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본다면 아름답고 소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음악에서 나는 어둡고 희미한 곳에서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느꼈다.



우리는 많은 것에 이름을 붙이며 살아간다.

패션은 ‘스타일’로 음악은 ‘장르‘로 감정은 ’이유‘로.

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한 순간들이 있다.


생각 없이 느끼는 감정,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가슴에 남는 멜로디.

꽃이지만 꽃이 아닌 그 순간을.

이 음악이 당신에게도 살며시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99-dvtlgMSs?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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