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50.공룡이 아빠

1979년생 싱글이모와 2020년생 조카의 통하는 이야기

by 순덕

#공룡이 아빠의 비밀


조카가 아끼는 수많은 인형 가운데 하나는 '공룡이 아빠'라고 불리는 풍선이다.

고성 공룡엑스포에서 사 온 이 풍선이

조카 입장에서는 꽤 무섭게 생겼는지...

나쁜 사람을 혼내줄 때나 야단칠 일이 있을 때,

꼭 공룡이 아빠의 입을 빌리곤 한다.

(아무래도 주말부부라 자주 보지 못하는 아빠를 대신해, 공룡이 아빠가 조카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된 듯하다.)


가끔은 정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공룡이 아빠와 대화를 나눈 건 아닌까 의심이 들 정도로

조카가 말하는 공룡이 아빠의 말들은 매우 섬세하고 정확하다.

예를 들어,

"서현아, 태권도 학원 다닐래?"

"아니! 공룡이 아빠가 그러는데 나는 아직 어려서 다칠 수 있으니까 안된대."

"서현아, 다인이랑 싸웠다며? 화해했어?"

"아직 화해는 안 했는데 공룡이 아빠가 내 마음이 그러면 화해 안 해도 된대. 공룡이 아빠도 그럴 때 있대."


이 정도면 공룡이 아빠가 이모인 나보다 더

조카에게 든든함을 주는 것 같아 살짝 질투심이 생길 지경이었고...

그러다 조카의 친구가 공룡엑스포에 간다며 자랑하길래,

조카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었다.


"와, 공룡엑스포 가면 좋겠다. 우리 서현이도 공룡 좋아하는데...

집에 공룡이 아빠도 있거든? 공룡이 아빠랑 말도 하고 엄청 친해!!!"


하지만 내 말을 듣던 조카는 정색하며

따끔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모!!!!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공룡이 아빠는 풍선일 뿐이잖아.

풍선이 말을 어떻게 한다고 그래~!!!"


*****


너는 다 알고 있구나.... 공룡이 아빠는 풍선일 뿐이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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