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철도정비사가 되고 싶었다. 흔히 학교에서 묻는 "장래희망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레고, 종이접기, 건담 조립처럼 무언가를 만드는 게 재밌어서 관련된 직업을 찾아보던 중 '정비'가 떠올랐다. 그리고, 흔한 자동차 정비 대신 조금은 특이한 철도정비사를 꿈꿨다.
그 후 철도정비사는 '한때 그런 생각도 했었지'라는 추억으로 남았다. 나는 만들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반 사무직 공무원으로 8년을 일했다. 지금은 공무원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삶을 시작한지 어느덧 2년차다.
퇴사 직후 새로운 업계에서 1년 간 일하고, 올해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두려움보다는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더 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이 줄어들고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나는 주어진 일을 잘할 뿐 스스로에게 일을 주는 능력은 없는건가?', '회사가 더 잘 맞는 사람인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지인이 내게 말했다.
"이것저것 그냥 부딪혀봐. 넌 첫인상이 좋잖아.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무작정 찾아가서 배우고 싶다고 말해봐. 해보다가 아니면 그만두면 되지. 그러다 맞는 일 찾을 수 있을 거야."
맨 땅에 헤딩하라는 얘기였다.
공무원을 퇴사할 때는 배우고 싶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부딪혀보자는 의지와 열정이 있었다. 행동보다 걱정이 앞서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생각을 비우고 행동에 옮기자는 주의였다.
하지만, 점점 모아둔 돈은 떨어지고, 아무런 성과가 없는 거 같은 조급함이 커지다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 생각없이 이것저것 해보기엔 비효율적인 거 같고, 쉬운 알바 같은 건 생활비에 쪼들려서 타협하는 거 같고.. 갈팡질팡하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지인의 말을 듣고, 그 즉시 실행에 옮겼다. 오늘,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가구공방에 무작정 찾아갔다. 말 그대로 아무런 연락도, 준비도 없이 몸만 갔다. 공방에 가는 길은 무척 긴장됐다. 불안하고 걱정이 가득했다.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무례한 거 아닌가? 최소한 연락이라도 하고 갈까?', '거절 당하면 어떡하지?' 온갖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미 발걸음을 옮긴 이상, 멈추지 않았다. 정말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막무가내의 행동을 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사장님이세요?"
아니었다.
가장 걱정했던 상황이다. 사장님이 없으면 거절이든 수락이든 결론을 낼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또다시 부딪혔다.
"저 여기서 일을 배우고 싶어서 왔습니다. 사장님 언제 오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다행히 직원이 사장님께 연락해 본다고 했다.
잠시 후,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사장님께서 일할 사람 더 안 구한다고 하시네요."
역시 거절당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저 여기서 정말 일하고 싶습니다. 무급으로라도 일할 생각이 있으니 제 연락처를 남기고 갈테니 사장님께 전달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공방을 나와 SNS로도 메시지를 남겼다. 내 열정을 어필하고, 불쑥 찾아간 무례함을 사과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마음이 충만해지면서 기분이 고양됐다. (보잘 것 없는 일이지만) 큰 일을 해낸 거 같은 기분이었다. '역시 처음이 제일 어렵구나.' 한 번 해봤으니, 두 번, 세 번은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이곳에서 거절당해도 다른 곳을 찾아갈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 용기는 이곳에서 나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자는 의지가 되었다.
'내일 또 찾아가자. 이번엔 커피를 사들고 가는 거야. 그래도 거절당하면 또 찾아가자. 세일즈의 기본은 얼굴을 자주 비치는 거라고 했지? 맨날 찾아가서 매달리자. 그럼 받아줄 수밖에 없을 거야.'
그리고, 답장이 왔다.
"순수한 열정에 대면하지 않고 답변드려 죄송합니다. 이따 오후에 작업실에 가는데, 그때 시간되면 보시죠."
기회가 왔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