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온 후, 가벼운 흥미에 불과했던 공간의 힘을 배워간다. 하얀색의 정육면체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넘쳐나는 물건들 속에서 의자 하나, 조명 한 개를 고를 때에도 취향을 건져올려야 했고, 가변 하는 기호를 초월할 수 있는 물건인지, 그것을 사용할 때 적당한 기능 이상으로 내 기분까지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인지도 고심해야 했다. 각양각색의 그것들을 한정된 공간에 조율하는 것은 즐겁고도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바깥 구경을 나가도, 사진 한 장을 보아도 소품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사람이 보였다. 자신이 들어갈 배경이 줄 영향을 이미 인지하고, 그것에 들이는 노력만큼이나 자신의 인생을 공들여 살 것만 같은. 그들이 수없이 참고했을 레퍼런스들과 재구성을 위한 시각적, 감각적, 육체적 노력이 궁금해졌다.
수집은 사물보다는 마음과 깊이 관계한다는 말이 있다. 아직 모을 것이 많아 기쁘다. 안목도, 태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