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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흔적

by 라파엘다

승민은 시간 여행을 통해 남긴 흔적들을 돌아보며 고요한 깨달음에 잠겼다. 모든 선택은 파문처럼 퍼져 나가며 세상에 흔적을 남겼고, 그 흔적은 또 다른 선택을 만들어냈다. 과거의 그 어느 순간보다 지금이, 그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였다.




처음 시간 여행을 시작했을 때, 승민은 단순히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무너져가는 관계를 다시 이어주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자신의 개입이 가져온 변화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작은 개입이 현재의 커다란 결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구원받는 대신, 다른 누군가의 기회가 사라졌다. 승민의 선택은 언제나 대가를 요구했다.




그가 만든 흔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훈의 성공이었다. 절망 속에 있던 청년 지훈은 승민의 조그만 개입으로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는 지역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며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네가 없었다면,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지훈은 승민에게 말했다. 그 말은 승민에게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또 다른 흔적을 기억했다. 승민이 구하지 못했던 한 소녀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때 내가 그녀를 선택했다면, 지금 그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까?” 그는 여전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율자는 다시 승민에게 나타났다. 그가 시간 여행 중 만들어낸 흔적들을 알고 있는 듯했다.

“자네가 남긴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조율자는 말했다. “하지만 그 흔적을 부정할 필요는 없네. 그것이 자네가 살아온 증거이니까.”

“내가 만든 흔적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어요,” 승민은 고백했다.

“흔적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야. 그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흔적 속에서 자네가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네.”




승민은 자신이 만든 흔적들을 돌아보았다. 각각의 선택이 남긴 결과는 단지 그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그것이 옳았는지 그르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의 흔적을 신중히 만드는 것뿐이다,” 그는 결심했다.




시간 여행을 통해, 승민은 자신의 행동이 만들어낸 흔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흔적들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갈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만든 흔적은 우리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승민은 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앞으로의 선택을 이끌어준다.”


승민은 비로소 자신의 선택으로 남겨진 흔적들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그가 남긴 발자국이라면, 그는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가기로 다짐했다.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지만, 새로운 흔적을 더하며 세계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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