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아기, 낯가림을 시작하다

by 아리

지독한 집콕으로 온종일 엄마랑만 있던 7개월 아기가, 낯가림을 시작했다.


우리 아기는 신생아 시절부터 눈을 잘 맞추는 아이였다. 태어난 첫날부터 눈을 또랑또랑하게 떴고 시력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을 텐데 선명하게 날 바라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초점도 잘 맞췄다.


그럼에도 신생아 시절에 내가 '엄마'임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모유수유를 할 때뿐이었다. 딱히 내가 없다고 울지도 않고, 나를 본다고 반가워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의 품이든 안락하고 따뜻하면 쉽게 잠에 들었고 오히려 젖 내음이 나는 내 품에선 잠투정을 더 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낯선 곳에 갔을 때도 크게 울어 재꼈지만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 때문이지, 낯선 사람의 얼굴 때문은 아니었다. 나와 남편이 어르고 달래도 1시간 내리 온몸으로 오열했다. 낯선 얼굴의 가족, 친구들은 저 멀리서 얼굴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우리의 얼굴을 보며 더 울어대는 아기였다.


그러던 아기가, 낯가림을 시작한 것은 여느 때처럼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온 때였다. 이전에는 오셔서 아기를 안아주시면 기분 좋게 안겨있고 이내 잠들곤 했다. 조금 낯설게 얼굴을 살피는 것 같긴 했지만, 딱히 나를 찾거나 불안해 하진 않았다. 그런데 7개월 즈음되자 태도가 달라졌다.


어머님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예민한 얼굴을 하고, 친근하게 아기를 부르며 다가오자 눈물이 드릉드릉 고였다. '한 번 안아보자'하자 본격적으로 울며 눈으로는 나를 좇았다. 양 팔을 거세게 휘저으며 낯선 이와의 포옹을 거부했다. 못 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본 얼굴인데,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온몸으로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불안에 가득 찬 얼굴이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나에게 안기면 울음을 쏙 그치는 것이 더 귀여웠다. 눈 앞에 어머님이 나타나면 다시 울어대긴 했지만. 조금 진정된 듯해서 다시 어머님께 안겨 드리면 바로 눈물이 고였다. 내 쪽으로 목과 몸을 기울이며 옮겨가려 아등바등했다.


아기의 낯가림은 의미가 크다. 익숙한 사람, 낯선 사람을 구분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차이를 인지한다는 것이고 나와 너를 구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생후 1년까지는 엄마와 자신을 한 몸으로 여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나'의 일부와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고, '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 존재함을 알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익혀가는 과정이 '낯가림'인 셈이다.


신생아였던 아기는 분명 엄마인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를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망막에 비치는 물체를 인식한 것일 뿐. 인지 능력이 생긴 7개월의 아기는 분명하게 엄마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간절한 눈길로 나를 좇는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나 자체로 엄마가 되었음을 느낀다. 김춘수의 꽃이 이름을 불리었을 때 꽃이 된 것처럼, 아기가 나를 엄마로 바라보자 나는 엄마가 되었다.


엄마를 좇는 눈빛, 분명한 의사 표현. 아기의 낯가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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