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성장통, 엄마의 성장통

by 아리

아기가 태어난 후 생후 20개월 동안 10차례의 '원더윅스'가 온다고 한다.


원더윅스(Wonder weeks)는 아기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 커다란 도약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첫 원더윅스는 생후 4~5주 시점에 보통 나타난다. 낯선 세계로 나온 아이에게 모든 것이 새롭고 혼란스러운 시기다. 말도 못 하고 움직일 수도 있으니 그저 울기만 할 뿐이다.


감각기관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외부 자극에 민감해지고, 5~6주가 지나면 주변의 변화를 인지하고 엄마를 보며 웃기도 한다. 대체로 원더윅스는 더 많이 울고 보채는 시기라 엄마들은 원더윅스 시기를 미리 계산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한다.


사실 애바애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계산된 원더윅스 시기에 우리 아기에게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리 만무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원더윅스 시기는 우리 아기에게 전혀 맞지 않았다. 어느 날은 이상하리 만큼 계속 잠만 잤고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칭얼대며 예민하게 굴기도 했다. 특정 주간에 더 울고 덜 우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달랐다.


그러다 최근에는 울음의 양상이 달라졌다. 졸릴 때는 힘 없이 울고, 배고플 땐 기침하듯이 울고, 기저귀가 찝찝할 땐 버둥대며 울었는데 요즘에는 자다가 깨서 짜증 내며 운다. 이내 다시 잠드는 것 같다가도 찢어지는 듯이 울기도 한다. 언니에게 영상을 보여주니 '이거 성장통 같은데?'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래 보인다. 본인도 자고 싶은데 쉬이 잠들 수 없어 억울해 보이기도 하고,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분에 불쾌해 보이기도 한다.


성장의 울음을 시작하면 팔다리를 열심히 주물러 주었다. 그렇다고 그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기분이 나아 보였다. 이 작은 몸이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으니 본인은 얼마나 놀랐을까. 대처법을 알지 못하는 통증이 오면 어찌할 바를 몰라 더 무서웠겠지. 애처로운 기분이 든다.


급격히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늘어난 아기를 안고 있노라면, 나에게도 성장통이 온 듯 온몸의 관절이 쑤시다. 아기를 위해 멀쩡한 침대를 두고 바닥의 매트에서 자다 보니 허리도 아프다. 역도 하듯이 앉아서 아기를 안고 있다가 일어나니 매번 무릎이 시큰하다. 손목의 통증은 시작된 지 오래다. 아기를 낳은 산모들이라면 백이면 백 모두가 느낀다는 관절 통증. 잘못하면 산후풍이 된다고 하고 늙어서도 계속 시리다고 한다.


아기의 원더윅스는 인지능력의 향상으로 인해, 외부 자극에 민감해지고 변화를 인지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엄마의 성장통과 비슷하다. 엄마는 아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아기와 내 몸의 변화를 인지하기 시작한다. 내 몸보다는 아기의 안녕을 위한 인지능력으로 모든 것이 다시 세팅된다. 나의 감각을 타인에게 맞춘다는 것은 고통 없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원더윅스를 미리 계산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만, 내 몸이 아플 것은 예상하지 못했고 그 어떤 준비도 하지 못했다.


아기의 원더윅스는 그때, 그 순간으로 끝나지만 엄마의 성장통은 평생 간다. 엄마의 성장이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는 뜻일까, 아기를 낳은 후 제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벌을 평생 받는 걸까.


아기는 오늘도 온몸으로 성장의 통증을 느낀다. 엄마는 오늘도 아기의 통증을 제 몸으로 전이시켜, 끝이 없는 성장통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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