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는 언제 가장 고독해질까

by 아리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든 점은 마음대로 잠을 자지 못 한다는 것이다. 어느덧 200일을 넘겨 7개월이 되어가는 나의 2세는 아직도 잠투정이 심한 아기다. 신생아 시절에는 1~2시간에 한 번 씩, 지금은 3~4시간에 한 번 씩 밤잠에서 깨어 젖을 먹고 다시 잠에 든다.


나는 아기가 나오기 전에도 통잠을 자지 못했다. 만삭의 배가 불편하기도 했고 1시간에 한 번 씩 화장실을 가야 했다. 뱃속의 아기는 예행연습을 하라는 듯, 밤이고 낮이고 거친 태동으로 나를 깨웠다. 태어난 뒤에는 예행연습이 빛을 발해 작은 뒤척임, 작은 신음소리에도 반응해 깨어난다.


임산부 시절 어두운 밤에 혼자 깨어나면 온갖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태동이 없으면 '혹시 문제가 생긴 건가? 태동이 1시간 이상 없으면 문제가 있는 거라던데. 탯줄이 목에 감긴 걸까?', 태동이 심하면 '이러다 진통 오는 거 아냐? 배가 살살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가진통과 진진통은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

잠 못 드는 밤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 근심 거리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아기를 안전하게 재우기 위해 항상 곁에서 잠들고 있다. 남편은 회사에 가야 하니 아기의 밤은 대부분 나의 몫이지만, 주말을 포함해 내가 너무 피곤해하면 남편이 밤을 책임진다. 나는 안방에서 혼자 자면서도 아기가 울면 바로 눈이 떠진다. 놀라서 아기방으로 달려가면 남편은 그대로 자고 있고 아기 혼자 울고 있다. 나는 잠든 남편 옆에서 젖을 물리고 아기를 재운다.


낮에도 독박 육아로 아기와 단 둘이 있지만, 오히려 남편이랑 함께 있는 밤 시간에 나는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 낮에는 집안일이며 수유, 기저귀, 놀이 등 아기의 하루 일과, 잠시 잠깐의 취미 생활을 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기와 단 둘이 작은 방에서 고요히 누워있으면 평안함에서 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만, 아기가 깨어 온 힘을 다해 울 때는 그렇게 고독할 수가 없다. 보통은 몇 번의 토닥임에 다시 잠들지만, 때로는 아파트 단지에 쩌렁쩌렁 울릴 듯이 울어댈 때가 있다. 기저귀, 배고픔은 당연히 해결이 되었고 이제 다시 잠들기만 하면 되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끊임없이 우는 아기, 더 이상 달랠 방법 없이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노라면 언제까지고 이 상태로 갇혀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결국 두 가지 상황으로 마무리되는데, 첫 번째는 내가 자포자기해서 아기를 내려놓고 한숨을 푹 쉬고 있을 때 자고 있던 남편이 후다닥 달려와 달래주는 상황. 두 번째는 눈물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기 직전, 아기가 돌연 잠드는 상황이다. 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임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챈 듯이 협조해 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너무나도 지쳐 바로 잠들어 버린다.


대부분은 아기와 함께 깨어나지만, 나 혼자 뒤척이며 깰 때도 많다. 혹시 아기가 뒤집어 자다 숨이 막히진 않았나 하며 숨을 잘 쉬는지 확인을 한다. 임산부 시절에는 뱃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아기가 걱정거리였다면, 지금은 눈 앞에 보이는 아기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걱정거리다.


임산부 시절부터, 1시간마다 깨는 신생아 시기를 거치고 나면 내 몸의 시계가 아주 불규칙한 수면의 규칙에 맞춰진다. 아기 엄마만이 느끼는 그 불규칙함의 규칙성이 이유 모를 외로움을 만든다. 난 언제까지 이런 잠을 자야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일지도. 아기를 낳은 뒤 힘들어서 운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가끔 어떤 밤에는 눈물 없이 울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땐 잠들어 있는 아기를 깨울 수 없어 내 핸드폰 속 아기 사진을 들여다본다. 초음파 사진 속 작은 점부터, 고구마 혹은 개구리 같았던 신생아의 얼굴, 꼬물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들, 모유수유를 계속할까 말까 고민했던 나날, 아기와 친정아빠의 첫 만남, 처음으로 본가에 내려가 가족들을 만났던 시간들. 아기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을 돌이켜 보며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생각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울음도 언젠가는 반드시 끝이 날 것이고, 깊은 잠에 들지 못해 어둠을 삼키는 이 밤도 나중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스스로를 토닥이면서.


아기와의 밤이 가장 고독하다고 했지만 사실 가장 평안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기를 재우기 위해 내가 가진 온갖 귀여운 조명들을 꺼내어 보이며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를 내본다. 내용은 항상 '착한 아기는 빨리 잔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럼 아기는 눈을 반짝이며 조명의 불빛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다 이내 쌔액쌔액 소리를 내며 잠든다. 그 숨소리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믿고 있다는 목소리로 치환된다. 나는 분명,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고요한 평화. 고독함과 고요함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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